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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美 고금리 길어져도 원·달러 환율 변동성 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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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최근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덜하고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화 수급상황도 나아져서 환율의 변동성이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 국제국 국제총괄팀 박병걸 차장, 이한새 조사역은 7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도 외환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안정적’이란 제목의 블로그 글을 통해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으로 변해 환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그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박 차장은 우선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국채금리(10년물 기준)는 7월 말 3.96%에서 10.25일 4.95%로 크게 상승했다”며 “이는 국채의 수급 여건 악화와 같은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요인의 영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계량모형을 통해 금리 상승의 요인을 나눠 보면, 채권의 장기보유에 따른 보상을 반영하는 기간프리미엄의 상승폭이 지난해에 비해 커졌다”며 “Fed의 보유채권 규모 축소, 재무부의 국채 발행 물량 확대, 중국 등 해외투자자의 미 국채에 대한 투자수요 축소 등으로 미 장기국채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기간프리미엄의 확대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Fed가 내년 이후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높아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완화하는 것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며 “Fed도 인플레이션율을 2%로 되돌리는 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미국 금리가 지난해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는 지난해 9~10월에 비해서는 덜한 편이라고 했다.

박 차장은 “Fed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돼 간다는 시장의 기대가 불안심리를 덜어주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미국의 네 차례의 통화긴축(금리인상) 사이클을 보면 정책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미 국채금리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컸던 지난해와 달리 최근에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가 커진 점도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로 지역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경기가 부진하지만, 미국의 경우 긴축기조 지속에도 불구하고 소비 심리와 기업 업황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차장은 국내 외환시장 상황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외환 부문의 환율 변동성에 대한 감내 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음을 지난해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대외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 웃도는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돼 현재는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46% 정도에 달하고 있어 달러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국내 달러화 수급 상황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해 원화 가치의 하락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큰 편에 속하였던 데에는 거주자의 해외투자 지속,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에 따른 외환 수급 불균형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 스와프 등 수급 안정화 대책이 마련된 데다 15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던 무역수지도 올해 6월 이후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박 차장은 미 달러화가 미국의 견조한 경제 상황과 함께 Fed의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 등으로 당분간 강세 흐름을 이어가더라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박 차장은 “글로벌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예상치 못한 취약부문에서 리스크가 드러나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아울러 중동 무력 분쟁으로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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