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경찰 기피신청건수가 최근 4년 새 66% 증가하는 등 수사 경찰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기관의 고소, 고발장 접수 의무를 명시한 개정 수사준칙이 본격 시행되면서 민원 폭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칫 수사에 대한 불만을 담은 악성 민원까지 받아줄 우려가 있어 경찰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릴 수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 경찰에 대한 민원인들의 불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사관 기피신청’ 수는 지난해 기준 4833건으로 4년 새 66.5% 증가했다. 2019년 2902건, 2020년 3521건, 2021년 4573건으로 증가 추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에는 지난해의 연간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찰 내부망에는 “수사 경찰 너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정책 제언 글이 올라와 동료 경찰들의 공감을 샀다. 해당 글에는 1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려 작금의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성토의 장이 됐다.
소속과 실명까지 밝힌 글 작성자는 서두에서 “수사경찰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 고발에 대해 경찰청이나 국가수사본부,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제언 드린다”며 “수사권 독립 이후 민원인 입맛에 맞지 않게 사건을 처리했다며 경찰을 고소하고 또 조사받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소를 남발하는 민원인에 대해서는 청 차원에서 법률적으로 지원해 형사상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정해줄 것 △경찰에 대한 피고소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접수나 조사가 아닌 담당 수사관 재량으로 조사 없이 ‘각하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이 같은 제언에 동료 경찰들도 “조직 구조상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데 수사관을 보호해줄 지침이 필요하다”, “악성 민원인에게 굽신거리다 보면 경찰관 사기가 떨어진다.”, “무분별한 고소, 고발에 대한 최후의 보루였던 반려 제도까지 없어진 현실에 암담해지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취임사에서 “떠나가는 수사에서 돌아오는 수사로 전환하기 위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경찰관들은 “돌아오는 수사는커녕, 다 나가게 생겼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일부터 수사기관의 고소, 고발장 접수 의무를 명시한 개정 수사 준칙이 시행됨에 따라 경찰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당 개정안에는 수사 반려 근거 규정이 담긴 범죄 수사 규칙 50조가 삭제되고 모든 고소, 고발을 접수 및 수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의 고소 및 고발을 보장해야하는 측면과 무분별한 고소 남용에 따른 불이익의 최소화라는 측면이 있어 균형을 맞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식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경제 사범부터 IT, 사이버 등 고소, 고발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번 수사 준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수사 경찰 인력을 늘려 전문화하고 악성 민원인에 대해선 형사 처벌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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