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금융그룹이 상생금융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등 1000억원 규모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내놨다. 신한금융그룹도 금리 인하, 연체이자 감면 등 1050억원 규모의 ‘2024년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금융 패키지’를 발표했다. 업계는 KB·우리·NH농협금융지주도 조만간 상생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최근 국방부와 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폴란드에 자금 대출을 골자로 한 투자의향서(LOI) 체결을 논의하기도 했다. 해당 건에 대한 한국수출입은행 측 금융 지원 여부가 확실치 않자 정부가 시중은행에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수출입은행이 주로 하던 방위산업 수출 관련 금융 지원을 시중은행이 맡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은 정부 측 ‘협조 요청’이 늘어날수록 시름도 깊어진다는 반응이다. 현재까지 거둔 호실적과 무관하게 앞으로가 걱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주요국 통화긴축이 장기화하면서 연체율 등 여신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은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각각 0.25%, 0.27%, 0.29%, 0.31%로 집계됐다. 작년 말과 비교했을 때 신한은행은 0.06%포인트, 나머지 은행은 0.09%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은행권은 대손충당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호실적일 때 순익 중 일부를 떼어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증가로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는데 정부·여당이 연초에 이어 다시 이익 환원 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중소형 은행이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은행 파산이 이어지며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아이오와주에 있는 자산 규모 6556만 달러(약 858억원)인 시티즌스뱅크가 대출 손실을 이유로 지난 3일 영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은 5개로 늘었다. 미국 은행권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 재무구조가 미국 은행과 다르다고 보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미국 금융 상황 불안은 곧바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금리와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은행도 조달 비용과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그런 와중에 상생금융 등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자금 조달이나 운용 등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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