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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단기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투자 수요와 조달비용 등 장기채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발행을 통해 기존 회사채를 상환하는 등 단기채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기차입의 증가는 재무적으로 봤을 때 회사의 유동성 우려를 키운다. 작년 9월 발생한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될 경우 짧은 만기로 인한 상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장기채 발행 여건이 여전히 나쁜 상황에서 단기채에 대한 발행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조달비용의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순상환액은 2조8320억원이다. 지난 7월부터 순상환 기조를 보였으며, 8월 260억원, 9월 996억원으로 최근 3개월 순상환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10월 CP·전단채의 순발행액은 9조3161억원을 기록했다. 8월, 9월엔 순상환기조를 보였으나, 지난달 발행 물량이 크게 늘었다.
국내 시장금리가 요동치는 등 장기채의 발행 여건이 나빠지자, 우선 CP나 전단채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채를 상환하는 방식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단기채권 발행 증가는 차입의 단기화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의 유동성 우려가 키우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장기채보다는 단기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더 유리하다. 금리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기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행금리다. CP와 전단채의 공급이 급격하게 늘면서, 수요를 초과해 발행금리가 상승했다. 실제 지난 8월1일 3.99%(91일물)이던 CP 발행금리는 지난달 31일 4.31%까지 상승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올해 2월6일(4.32%) 이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회사채 발행 여건이 여전히 나쁜 상황에서 CP나 전단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발행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1월 기준금리 동결과 긴축 종료 메시지에 국내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줬던 미 국채금리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국면이지만, 회사채 등 신용채권의 특성상 국고채 금리 변화가 반영되는데 시간이 걸리기에 회사채 발행 여건이 급격히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도 존재한다. 투자자들의 북클로징(장부마감) 영향으로 투자수요가 급격하게 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발행했던 단기채를 갚기 위해서는 또 다시 CP나 전단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발행 증가로 발행금리가 상승할 경우 더 많은 조달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동성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와 같은 변수가 발생해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면, 상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높은 조달 금리와 금리 인하 기대로 단기 조달과 은행 대출이 늘어났다”며 “문제는 조달 금리가 크게 상승했고, 상당기간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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