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사진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 6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성우·배문숙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개정안 통과로 야기될 문제점과 부작용에 관해 여러 차례 제기했는데도 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현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강도 높은 어조로 비판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강석구 대한항공회의소 조사본부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상무이사,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지게 된다”면서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구조인 우리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 제조업이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현 상황에서 하청노조가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쟁의행위를 벌인다면 원청기업은 해외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제6단체 부회장단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 6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석구(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홍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상무이사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이상섭 기자 |
‘추상적인 사용자 개념’도 문제 삼았다. 경제계는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고 있다”면서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 사업주는 교섭의무가 있는지 판단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또 “지금도 산업현장은 강성노조의 폭력과 파괴, 사업장 점거, 출입 방해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개정안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 자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노조가 불법행위를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노란봉투법은 우리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회가 개정안 입법을 중단해야 최소한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개정안 입법 추진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 부처에서도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은 산업현장에 막대한 혼란 야기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국회에서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노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처리를 철회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은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개정안은 헌법·민법 위배 소지가 클 뿐 아니라 그간 애써 쌓아온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한편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된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 21대 국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여권의 반대 속에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지만, 여야 간 입장차가 커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보류됐다.
야권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상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미뤄왔다. 야권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강행한다.
국회 다수당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야권이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경우 여권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진행하는 한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도 경제단체 회장단이 전면에 서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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