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간 이틀…높아진 변동성에 의견 분분
숏커버링 의존 한계…핵심은 펀더멘털·美
공매도 전면금지가 시행된 첫날 국내 증시가 반등에 성공하며 회복 기대감이 커졌으나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향후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 각기 다른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대한 효과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작된 첫 날인 6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134.03포인트(5.66%), 57.4포인트(7.34%) 오르는 등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는 코스피가 지난 2020년 3월 24일 8.6%(127.51포인트) 상승하고 코스닥이 지난 2008년 10월 14일 7.65% 오른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2개월 남겨두고 이뤄진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말 ‘산타랠리’(크리스마스 전후로 연말과 연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된 공매도가 원천 봉쇄되면서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들의 반등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특히 지난 1일 기준 공매도 잔액이 많은 종목으로 꼽혔던 에코프로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아 지난달까지 초약세를 보였지만 공매도 금지가 시행된 지난 6일 상한가(29.95%)를 기록했다. 같은날 공매도 잔액이 많았던 엘앤에프(25.3%)·HLB(14.38%)·듀산퓨얼셀(12.02%)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내려진 이튿날인 7일 코스피지수는 2.33%가량 내렸고 코스닥은 장중 낙폭을 확대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전날 코스닥지수 급등으로 3년 5개월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과 상반된다.
이에 공매도 금지 효과로 인해 6일과 같은 증시 상승세가 나타나더라도 효과는 한시적일 것이란 시선이 많다. 기존 공매도 잔고가 연초 이후 누적된 상황이라 2~3주 동안 숏커버링(빌려서 판 주식을 갚기 위해 사들이는 환매수)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에 의존하는 수급만으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진단과 함께 보다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증시에 대한 안전핀 역할보다는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숏커버 테마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주가는 펀더멘털을 따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국제영향으로 세 차례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졌을 당시를 살펴보면 당시 펀더멘털에 따라 증시가 좌우됐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지난 6일 지수가 급등한 배경에는 공매도 금지뿐 아니라 최근 미국의 국채금리가 연 4.5%대로 떨어진 영향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때문에 향후 증시가 미국의 금리 움직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짙다.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국내 증시의 중장기적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세 차례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피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동행했다”며 “현재 미국 증시가 금리에 높은 영향을 받고 있기에 결국 공매도 금지 조치보다 금리의 방향성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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