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위한 네 번째 사업 공고가 앞선 1~3번째 사업 공고와 마찬가지로 무응찰로 7일 최종 유찰됐다. 그 어떤 사업자도 6호기 사업이 현실성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 참여의 뜻을 내비치지 않은 것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운영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비상이 걸렸다. KISTI는 7일 과기정통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 했고, 과기정통부는 이를 토대로 기획재정부·과기혁신본부와 6호기 구축 예산 변경을 위한 긴급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슈퍼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GPU(AI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인해 기존 예산으로는 6호기 구축이 더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예비타당성 심의 대상인 만큼 기재부·혁신본부와 추후 대처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6호기는 1억4564만 달러(약 19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00페타플롭스(PF)급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내후년 가동하는 점을 고려해도 전 세계 10위권 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챗GPT 등 생성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해 AI 학습·추론(실행)에 필수인 AI 반도체의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6호기 사업도 유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엔비디아 AI 반도체 ‘H100’ 기준으로 600PF의 성능을 내려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6호기 사업이 지속해서 유찰되는 것을 두고 “예산을 조정하든지 해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과기정통부 실무자는 “사업 참여자가 없으면 6호기 스펙(성능)을 조정해서라도 5차 공고까지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과학계에선 정부 연구개발 예산 감축 기조에 맞춰 6호기 예산 증액이 불발되고 이에 맞춰 목표 성능이 하향조정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슈퍼컴퓨터와 생성 AI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앞다퉈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관련 경쟁력이 뒤쳐질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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