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 다른 주요 섹터들에 비해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주주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바이오주(株)가 다시 주도주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에 대한 대규모 기술 수출과 난치병에 대한 임상 결과 발표 등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돋보이는 올 3분기 실적 성적표까지 받아들면서다. 여기에 바이오주 상승세를 억제하던 공매도 위협까지 사라지면서 시장에서 소외됐던 바이오주가 반등 속도를 높일지 관심이 커진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급락장세 속에서도 호재가 있던 바이오주들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표적으로 ‘기술이전 잭팟’을 터뜨린 것으로 평가받는 종근당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7%(1500원) 오른 12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종근당은 글로벌 빅파마 노바티스에 신약 후보물질 ‘CKD-510’ 기술을 이전하는 내용의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CKD-510’은 희귀난치성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병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신약후보 물질로, 이번 계약은 계약금만 1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거래로 평가된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빅파마와 2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입증받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소식에 신영증권·유진투자증권(10만→15만원), 키움증권·삼성증권(11만→15만원) 등은 종근당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려잡았다.
이 밖에도 난소암 면역항암제 ‘오라고모밥’ 판권에 대한 계약을 논의 중이란 소식이 전해진 카나리아바이오의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9.20% 상승 마감했고, 유럽 최대 암 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항암에 우호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한 한미약품도 하락장 속에서 전 거래일과 동일한 주가로 거래를 마치는 방어력을 보였다.
지난 7일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58.41포인트(2.33%), 15.08포인트(1.80%) 하락한 2443.96, 824.37에 장을 마쳤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7일 오전 11시 48분 코스닥 시장에 대해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를 발동하기도 했다. 전일 대비 코스닥150선물(12월물)이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150 지수는 3% 이상 하락한 뒤 1분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주요 바이오 종목들이 올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기초여건)’적 측면에서도 최근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가엔 호재로 꼽힌다. 한때 바이오 섹터 대장주로 불리던 셀트리온은 전날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6723억원), 영업이익(2676억원), 영업이익률(39.8%)이 각각 전년 대비 4.1%, 25.2%, 6.7%포인트(P) 상승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이다.
현재 바이오주 최대 시가총액을 기록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3분기에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때 기록한 매출액 1조340억원(전년 동기 대비 +18%)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기도 하다.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모두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을 확정한 것도 주가엔 호재다.
예기치 못했던 ‘빈대 공포’로 주가가 급등하는 관련주가 발생했다는 점도 바이오주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빈대 퇴치제 ‘모스펜스’를 생산 중인 경남제약의 주가는 전날 하루 29.75%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비오킬’이란 빈대 퇴치제를 생산하는 동성제약의 주가도 7일 하루에만 10.71% 상승했다.
개별적인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주에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화룡점정’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증권가의 전망도 나온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섹터 다음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업종이 바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라고 짚었고,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술이전 소식은 바이오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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