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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장남이자 자신의 조카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솔로 시장의 부통령 출마 길을 열어준 안와르 우스만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윤리위원회는 안와르 소장이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기피하지 않은 것은 윤리강령 위반이라며 소장직에서 사임할 것을 명령했다. 윤리위는 안와르가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는 남을 수 있지만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선거 사건에는 참여해서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선거법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의 피선거권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조항을 문제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헌재는 지난 16일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 판단하며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됐던 사람은 연령 제한을 적용받지 않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당시 안와르 소장이 선거법상 연령을 낮춰달라는 사건에는 배석하지 않다가 오후에 열린 지자체장 예외조항 사건에는 참여했다는 점이다. 안와르 소장의 참여로 헌재는 5대4로 헌법소원 청구자의 손을 들어줬고, 그의 참석으로 기브란 시장의 부통령 후보 출마길이 열린 셈이다. 해당 판결 이후인 지난 22일 차기 대통령 지지율 1위이자 현 국방부 장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72) 그린드라당 총재는 자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기브란 시장을 지명했다.
이후 가족과 관련된 사건은 기피하도록 한 이해충돌 방지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란 시민단체의 항의와 제소가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에도 조코위 대통령과 안와르 소장, 기브란 시장 등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
헌재 윤리위원회는 안와르가 “해당 사건을 스스로 기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사의 윤리 강령, 특히 중립성과 성실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입증됐다”며 “안와르가 의도적으로 외부 당사자의 개입 여지를 열어 놓았고 독립성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나머지 8명의 재판관들도 안와르가 해당 사건에 참여하도록 허용하는 등 윤리 강령을 위반했다고 질책했다.
서민친화적 이미지로 큰 인기를 구가하던 조코위 대통령은 장남의 부통령 출마로 족벌정치와 정치왕조를 건설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현재 공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프라보워를 지지하는 등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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