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끊기고 시내버스 타기도 여의치 않은 밤 늦은 시간.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서 30분 40분을 기다려도 젊은이들만 싣고 가지 자신은 허탕이다.
빈 택시가 오는가 싶으면 옆에 있던 예약 청년 앞에 멈춰 몇 마디 하곤 사라진다. 택시 호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할 줄 모르는 노인장은 답답하다.
자식들과 얼마 전 맛있게 먹었던 외국계 S샌드위치 체인점에 들렀다. 벽에 걸린 메뉴 판을 보고 키오스큰지 뭔지 앞에 선 실버 할머니는 몇 번 자판을 두드리다 이내 포기했다.
샌드위치 내용물 단계별로 늘어서서 손놀림이 바쁜 종업원에게 “나는 이거 저거 넣어서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하기가 힘들어 샌드위치 먹기를 미루고 그냥 나왔다.
설렁탕 한 그릇, 아이스크림 한 개를 사 먹으려 해도 키오스크 인지 태블릿 PC 인지 기계와 승강이를 하기가 번거롭다. 부담스럽다.
일상(日常)에 파고든 기계화
은행 점포에 가도, 종합병원 카운터에 가도 디지털에 취약한 노년들은 일 보기가 힘들다. 자신이 부끄럽고, 때론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중장년층, 나아가 노년층도 요즘엔 일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일자리를 내놓는 곳이 온 라인 이다. 그러다 보니 실버 세대의 구직 활동도 쉽지않다.
식당 카페 은행 병원 공공관서 택시 우리 일상(日常)을 살아가는데 키오스크나 태블릿PC가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다.
키오스크 태블릿PC 보급 실태를 보자. 2019년 말 19만여 대에서 2022년 말엔 46만여 대로 급증했다. 요식업종을 중심으로 엄청난 중가 추세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영업을 위한 증가도 있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자영업 중심으로 디지털화가 급속 확산 추세다.
초기엔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 등을 중심으로 보급되던 디지털 기기들이 이젠 일반 대중식당이나 대폿집(老鋪)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조그만 음식점에 태블릿PC를 들여놨더니 종업원 1명을 줄일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
디지털화(化)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는 한국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사실 디지털화에 더딘 실버 세대 말고는 생활이 엄청 빨라지고 편리해졌다. 노인들 땜에 기계화 속도를 늦출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사실 중장년을 비롯 실버 세대들도 디지털화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디지털 활용 능력 향상보다 기계화가 훨씬 빠른 속도로 달아나 버리니 따라잡기가 힘들다.
키오스크 포비아 – 사회적 배려 시급
‘키오스크 포비아’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실버들에겐 심각한 일이다. 65세 이상 노년층만의 일도 아니다. 어르신들은 나이 탓이라도 할 수 있지만 중장년층은 가슴앓이가 더 심하다.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명 수준이다. 이들이 급속한 디지털화에 힘들어 하고, 소외된다면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디지털화의 속도 조절이 어렵다면 노년층의 접근성을 쉽게 하는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일상에서 실버들이 겪는 디지털 애로는 기기마다 사용자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게마다 사용 매뉴얼이 비슷하거나 통일되어 있다면 한결 쉽게 적응해 나갈텐데 그렇지 않으니 혼란스럽다.
사용 매뉴얼의 통일이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글씨를 키운다든지, 화면 구성이나 조작 방식을 단순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과도기적으로 매장에 도우미를 배치해 주고, 디지털 적응 교육 기회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선진국에선 디지털화 속도를 조절하고, 노년층 재교육에 더 많은 배려를 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을 선도하는 우리나라다. 그런 과정의 한 켠에서 소외되고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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