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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도 금방 간다’ 공매도 금지, 중요한건 ‘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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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해외 주요 증시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당국이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했다는 건 결국 공매도 금지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인(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많은 것에 대해 조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공매도 전면금지를 시행한지 사흘째다. 금지 첫날인 6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정지)를 발동할 정도로 증시가 급등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7일에는 코스닥시장이 정 반대로 급락하면서 거래소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증시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공매도 전면금지는 이번이 4번째다. 2008년 9월과 2011년 8월, 2020년 3월 총 3번의 공매도 전면금지가 있었다. 지금까지 3번의 공매도 금지 기간 나타난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매도 금지가 변동성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첫 금지

2008년 10월 1일 시행한 공매도 전면금지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원인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미국 금융위기와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부결된 이후 국내 증시에 미칠 시장불안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매도를 전면금지했다. 변동성 완화라는 이번 공매도 전면금지와 표면적 이유는 똑같았다. 

당시 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는 오히려 0.58% 하락했다. 코스닥은 0.04% 상승하는데 그쳤다. 변동성지수(VKOSPI)는 공매도 금지 당시 34(2008년 10월 1일)였으나 2008년 말에는 49까지 치솟았고 이듬해인 2009년 3월 말에도 40을 기록했다. 당시 언론은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의 주식매도로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했고 원화가치도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금융위가 다시 공매도 재개를 결정한 건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변동성지수가 31로 내려온 2009년 5월 중순이었다.

다만 당시 미국‧영국‧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공매도 제한조치를 해제한 상황이었다. 주요 해외국가들이 공매도를 완전히 풀거나 제한적으로 금지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공매도를 금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또 코스피 지수도 1400선(금지 당시에도 코스피 지수 1500선)까지 회복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2009년 6월 1일부터 공매도를 다시 재개(금융주 제외)했다. 

2011년 해외 경제위기로 두 번째 금지 

금융위가 재개한 공매도를 다시 금지한 건 2011년 8월이다. 두 번째 공매도 금지 역시 이유는 변동성 축소였다. 

당시 금융위는 미국 경기둔화 우려 증대와 유럽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으로 한국 증시가 6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며 급락장에서 최근 공매도가 크게 확대되며 시장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금융위는 2011년 8월 10일부터 2011년 11월 9일까지 3개월 간 공매도를 전면금지했다. 이때는 금융위가 3개월만 금지한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 공매도 전면금지 후 첫날에는 2008년과 달리 코스피는 0.27%, 코스닥은 4.77% 반등했다. 공매도 금지 후 외국인 매도규모가 줄면서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약효를 낸 것으로 평가했다. 

이후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당시보다 세계금융과 경제여건이 상당부분 완화됐고 코스피 지수도 다시 회복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2011년 11월 10일부터 공매도를 다시 재개했다. 공매도 금지 직전(2011년 8월 9일) 코스피 지수는 1801이었다가 9월 말에는 1653으로 내려갔다. 이후 공매도 재개 시점인 11월 7일에는 1919를 기록했다. 

역대 공매도 금지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세 번째 금지

금융위가 가장 최근 공매도를 전면금지한 건 2020년 3월이다. 당시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6개월 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조치를 시행한 시기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넘었다가 1770까지 하락하는 상황이었다. 공매도 비중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공매도 금지조치 시행 직후 국내 증시는 4일간 하락했다. 금지 첫날 코스피는 3.19%, 코스닥은 3.72% 하락했다. 2008년 금지조치 당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금융위는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던 공매도 금지조치를 재차 연장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를 감안한 조치였다. 이에 공매도 금지기간은 다시 6개월(2020년 9월 16일~2021년 3월 15일)로 늘어났다. 

공매도 금지 연장 후 국내 증시는 저점을 찍은 뒤 상승세로 전환했다. 2020년 3월 13일 코스피 지수는 1771선이었다가 2020년 3월 19일 1457선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은 뒤 2021년 1월 25일 다시 3208선을 기록했다. 

다만 이때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주식시장도 활기가 넘치는 상황이었다. 당시 증시 활황은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6개월의 추가 연장 이후 금융위는 2021년 5월 2일까지 추가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뒤 변동성이 완화됐다고 판단, 2021년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적으로 재개했다. 이 조치는 최근 공매도 전면금지 전까지 이어졌다. 

공매도 금지?…변동성 오히려 확대

앞서 세 차례의 공매도 전면금지 사례를 볼 때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곧바로 증시에 안정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 4번째 공매도 금지 역시 이틀 연속 다른 방향의 사이드카를 발동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가격효율성을 떨어트리고 오히려 변동성을 확대한다고 평가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8월 공개한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공매도 전면금지의 부정적 영향이 명확하게 관찰된다”며 “가격효율성이 저하되고 변동성과 극단수익률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거래회전율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공매도 규제는 공매도의 경제적 역할을 충분히 고려해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공매도는 가격발견에 기여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규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해외 많은 주식시장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금지조치를 단행하지 않은 것은 공매도의 경제적 기능이 확인되고 그 기능이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더 긴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심은 공매도 금지 아닌 제도개선 

앞서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도 담고 있다.

보고서는 “공매도 관련 규정위반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적발 및 처벌을 강화하고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꾸준히 개선해가는 것이 향후 공매도 제도개선에 있어서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는 ▲주식 대차거래의 전산화 촉진 ▲개인투자자 대주거래 서비스 개선 ▲개인투자자 대주거래조건 합리적 개선 등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강조하는 공매도의 불평등한 지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이것이 곧 공매도 제도에 대한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결국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은 전면금지 조치가 ‘전가의 보도’ 같은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제도 개선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금융위 역시 공매도 전면금지 기간 동안 공매도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공매도 전면금지 발표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공매도 제도개선 과정에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다 참여시켜서 다시는 정부가 (공매도 제도 관련) 이상하게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전면금지 후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제도 개선을 반영한다면 공매도 금지를 풀어도 된다”며 “결국은 8개월 금지기간 동안 어떤 개선과 개혁을 할지가 중요하고 금융당국이 제도개혁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8개월도 금방 지나간다”고 강조했다. 

CP-2023-009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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