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과제로 저작권 보호가 떠올랐다.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사례가 곳곳에서 터진 가운데 ‘저작권 침해 없는 AI’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속속 나오고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자사 생성형 AI를 활용해 창작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에 나선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경쟁이 격화되며 타사 대비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취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업스테이지 등 한국 기업들도 저작권 윤리 원칙을 정하거나 저작권 걱정 없는 데이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오픈AI, ‘저작권 방패(Copyright Shield)’ 발표
오픈AI는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개발자대회 ‘오픈AI 데브데이(Dev Day)’를 열고 ‘저작권 방패(Copyright Shield)’를 발표했다.
저작권 방패는 이용자가 챗GPT 엔터프라이즈 및 오픈API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을 활용하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할 경우 이에 회사가 직접 개입해 방어하고 비용을 모두 지불하는 제도다. 저작권 걱정 없이 자유롭게 AI 저작물을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챗GPT를 활용해 신용카드 마케팅 캠페인을 위한 콘텐츠를 생성했을 때 누군가 은행에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 오픈AI가 소송에 대한 모든 법적 비용과 손해 배상을 지불한다.
오픈AI API를 사용해 자체 도구를 구축하는 개발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음악 콘텐츠 관련 기업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오픈AI의 기술을 사용, ‘DJ’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오픈AI가 이와 같은 파격적인 저작권 정책을 펼치는 까닭은 경쟁이 심화되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자 요청으로 저작권 방패를 도입한다”고 말했다.
구글도 생성형 AI 저작권 침해 면책 방안을 제공한다. 지난달 생성형 AI 사용 중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저작권 침해 관련 법적분쟁을 구글 클라우드에서 대신 담당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저작권 이슈에 대해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닐 서그스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은 “구글은 이와 같은 저작권 보호 기능을 통해 고객이 생성형 AI를 도입하는데 확신을 줄 것”이라며 “고객이 구글 생성형 AI 서비스를 안전하고 확실하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도 자사 생성형 AI 제품을 이용하는 엔터프라이즈 고객에 대해 유사한 저작권 대응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에이닷 AI 실행 윤리’, ‘1T클럽’… 국내도 속속 대응
국내 기업 역시 AI 콘텐츠 저작권 침해를 막는 기술이나 제도 도입에 나섰다. SK텔레콤 AI 에이닷에는 투명성을 포함한 AI 실행 윤리가 적용됐다. 업스테이지는 지난 8월 저작권 우려 없는 AI 데이터 확보를 위해 데이터 수집·공유 플랫폼 ‘1T 클럽’을 발족했다. 콘텐츠 제공자와 수익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AI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의 신뢰성과 윤리적 측면까지 강화하는 게 특징이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은 “거대언어모델(LLM)에서 가장 큰 법적 리스크가 지식재산(IP)과 개인정보”라며 “특히 IP는 비상업적인 개인정보와 달리 상업적 이익과 직결돼 있어 소송과 같은 매우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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