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KTX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해 전기요금만 4000억원 가까이 내는 코레일로선 최근 전기요금 인상으로 KTX 운영 비용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요금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가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당장 운임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7일 열린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2011년에 간선운임료가 오른 뒤 지금까지 동결됐다”며 “국가 정책상 물가 인상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철도 운임 인상은 후순위로 밀리는 게 있지만,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철도운임은 여객운임 상한 내에서 철도사업자가 정한다. 코레일 상위기관인 국토교통부는 여객운임 상한제를 정해 40km 구간에는 기본운임, 이후에는 km당 운임으로 거리에 비례한 요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철도운임 상한은 1호선 등 광역철도는 2015년 이후, 경부선 등 간선철도는 2011년 이후 각각 동결된 상태다.
한문희 사장은 “최근 전기요금이 많이 올라서 1년에 4000억원에 못 미치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6000억원까지 나갈 것 같다”며 “인건비도 같이 오르다 보니 수선유지비도 많이 올랐다”고 했다.
원가 상승 요인인 전기료 인상을 고려하면 KTX 운임 인상 명분은 뚜렷하다. 다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당장 운임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한 사장은 “물가상승 압박이 있고 저희가 아직 견딜만하다”며 “용산 역세권 개발 등으로 부채를 줄일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운임 인상을 추진한다면 인상폭이 코레일의 금융부채를 감당할만한 수준은 돼야한다고 봤다. 한 사장은 “저희 부채 20조원 중 15조원이 금융부채인데 이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어야 추가 부채가 늘어나지 않으니 그 정도 감당할 만큼의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쟁입찰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로템이 지속적으로 고속철도 사업자로 선정되는 점은 경쟁입찰의 취지를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독점과 경쟁에서 나오는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고속철도 제작 업체로, 내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한문희 사장은 “특정회사를 언급하기 그렇지만 현대로템이 그동안 KTX-1 도입해서 산천도 개발하고 여러 기술을 축적했지만 단일업체다 보니 값이 높아지는 걱정이 있다”며 “최근 어떤 업체가 외국 업체와 손잡아서 들어오려다가 잘 안 되긴 했는데 제2의 업체가 고속철도를 개발해 들어온다고 하면 결국 기술 없이 껍데기만 들어오는 건 또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 확대로 방향을 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열차 역시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철도 도입 계획을 묻자 그는 “수소 열차는 오송 시험선에서 운전하고 있으며 개발은 됐다”며 “철도기술연구원에서도 이미 개발돼 앞으로는 수소 열차가 일부 들어올 것 같고 저희도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요가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 한계다. 한 사장은 “걱정되는 부분은 국산화로 기술개발을 했는데 시장에서 사줄 곳은 코레일밖에 없다”며 “기후문제나 RE100가입 문제, 디젤이 전시 문제 때문에 전쟁 대비해서 갖고는 있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보유할 건지 보면 수소는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던 철도시설 유지보수업무 분리 문제에 대해선 철도운영과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가 밀접하다는 기존의 생각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용역을 진행 중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제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철도산업 특성이 있는데 철도는 건설 때부터 어떤 전기차가 시속 몇㎞로 달릴지 다 세팅이 돼 다른 인프라에 비해 밀접도가 높다. 그렇게 볼 때 아무래도 통합돼서 유지보수나 운행이 이뤄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차량 정비의 경우 정비기능이 민영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작사가 정비하는 건 몇 가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현대로템이 모든 부품과 장치를 다 만들어서 차량을 내는 건 아니다. 현대로템이 꼭 정비를 잘한다고 할 수도 없어서 저희 정비업무가 현대로템으로 간다든지 할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최근 사장 취임 100일을 맞이한 그는 “3개월 정도 시간인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철도노조 파업과 국정감사 그리고 크진 않지만, 열차탈선 사고도 났다. 폭염과 폭우에 대응하느라 직원들도 고생 많이 했다. 큰 파고를 넘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코레일이 미래 융합 교통서비스를 선도하고 대한민국 철도산업의 표준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며 “더 나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통적인 운송기업을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을 해야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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