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총 4개국 순방에 나선다. 한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주목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영국과 네덜란드는 모두 국빈 자격으로 초대됐다. 영국 국빈 방문에 이어 찾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28일 세계박람회 개최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유치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같은 윤 대통령의 연말 순방 일정을 공개했다. 정상 순방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인 만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경제 외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실은 “순방이 곧 민생”이라며 정상 순방을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를 지원하고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일자리 창출 등 민생에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지역 협력체 참석… 비즈니스 포럼, 투자신고식 등 통해 경제 협력 논의
우선 윤 대통령은 오는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APEC은 아태지역 경제성장과 번영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지역 협력체로,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60%, 무역 규모 48%를 점유하고 있다. 1989년 한국이 APEC 출범을 주도했고, 2025년 의장국이다.
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동포간담회,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투자신고식, 개최국 주최 환영 리셉션, 첨단 기술 분야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 등에 참석한다.
APEC CEO 서밋은 APEC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로 의장국인 미국의 경제단체가 주관하는 비즈니스 포럼이다. 올해 지속가능성, 포용성, 회복탄력성, 혁신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서밋에는 글로벌 재계 리더와 석학 등 1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상으로서는 10년 만에 대면으로 참석해 APEC 내의 상호연결성 강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투자신고식에도 참석해 한국에 투자를 결정한 첨단 산업 기업들을 격려한다. 최상목 경제수석도 이날 브리핑에서 “뉴욕·다보스·워싱턴DC·파리에 이어 순방을 계기로 진행되는 5번째 투자 신고식”이라고 설명했다.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와 관련해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이 재미 한인 청년 과학기술인·디지털 기업인 약 100명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공동 연구와 국내 디지털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에 관한 재미 미래 세대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16일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 창조’를 주제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첫 세션에 참석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기후위기 극복, 대한민국의 기여와 APEC 회원국 연대 방안을 강조할 예정이다. 다음 일정으로는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와 대화, 정상 만찬에 참석한다.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는 APEC 내 공식 민간자문기구로 아태지역 내 기업인들의 의견을 듣고 APEC 논의에 반영하기 위해 1995년에 설립됐으며, 회원국별로 정상이 임명한 기업인 3명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손경식 경총 회장,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이형희 대한상의 부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 날인 17일 오전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두 번째 세션에 ‘리트리트’ 형식으로 참석한다. 리트리트 회의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뜻한다. 이 회의에서는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는 경제 구축 협력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글로벌 복합위기 속 다자 무역체제 복원, 역내 공급망 강화, 디지털 윤리규범, 대한민국의 역할을 설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APEC 외교를 통해 글로벌 책임 외교를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아세안(동아시아국가연합), 주요 20개국(G20), 유엔총회 참석을 통해 세계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회원국과 무탄소에너지 협력, 역내 기후취약국 지원 노력 등 아태지역 내 한국의 기후변화 리더십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세계 경제 변곡점에서 다자 무역체계 복원, 공급망 연계성 강화, 디지털 윤리규범 정립의 필요성 역설하고 연대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계획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중·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중 회담도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됐다고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이고, 한국도 몇 개의 정상회담을 논의 중”이라며 “현 시점에서 어떤 나라와 몇 개의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
20~23일 영국 국빈방문… 신시장·공급망 구축에 집중, 파리에선 막판 총력전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직후에 이뤄진다. 오는 20~23일간의 일정으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찰스 국왕 대관식 후 첫 초청 국빈으로, 영국 의회에서의 연설과 수낙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도 예정됐다.
전날 영국 국왕 찰스 3세는 영국 의회에서 70년 만에 ‘킹스 스피치(King’s speech)’를 갖고 윤 대통령 부부의 국빈 방문을 기대한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에서의 3박 4일간 동포간담회, 국빈 공식일정, 의회 연설, 상하원 의장들과의 만남, 수낙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을 소화한다. 김 차장은 “양국은 디지털, 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미래협력 방향을 담은 문건도 채택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최 수석은 영국 국빈 방문의 경제 키워드로 ▲신시장 확보 ▲공급망 ▲첨단과학기술 ▲무탄소 에너지 연대를 꼽았다. 특히 영국이 세계 6위의 거대 시장인 만큼 우리로서는 연방 국가로의 진출 가능성을 높일 거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이번 방문을 통해 영국 측과 한·영 FTA 개선안을 논의하고 영국 시장에 우리 기업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첨단 공급망 강화에 있어서는 반도체, 해상풍력, 바이오, 5G 등에서의 협력 강화가 예상된다. 장관급 공급망 대화 채널 구축 등 향후 양국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기대된다. 영국은 지금까지 총 13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에 맞춰 윤 대통령은 AI, 첨단 바이오, 양자 등에서의 협력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일정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엑스포 유치전에 나선다. 28일 세계박람회 개최지 최종 투표 앞두고 23~24일 파리 주재 각국 BIE 대표들과 만남에 나선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유치전을 통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와 준비 상황을 표명하는 등 교섭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올해 마지막 해외 순방 일정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12월에는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으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다. 1961년 수교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국빈 방문으로 12~13일 양일간 헤이그에 머무를 예정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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