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서울시 편입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슈성 어젠다란 지적에도 “진짜 서울특별시 되는 것 아니냐”란 기대감이 피어오르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시장 내 들뜬 기대감과 회의적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본지는 ‘서울시 김포구’ 이슈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전문가 20명에게 묻고 그 이유를 들었다.
9일 본지가 부동산 학계·업계 전문가 20명에게 ‘김포의 서울시 편입 이슈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설문한 결과, 전체의 70%인 14명이 ‘현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6명(30%)은 ‘이슈 만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손을 들어줬다.
실제 편입이 되는 등 가시화 단계에 접어든 이후 전망에 대해선 85%(17명)가 ‘집값 상승 등 직접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15%(3명)은 ‘편입 이후에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우선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이유로는 ‘넘어야 할 산’이 산적했단 점이 첫 손에 꼽혔다. 의회 통과와 주민투표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결론이 나기 쉽지 않단 이유에서다. 행정적 절차를 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단기성 기대감 만으로는 주택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행정구역 개편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 주민 투표, 의회 의결 같은 절차들이 필요하다”며 “최근 주택시장은 고금리, 급매물 소진 이슈로 거래량과 가격 상승 흐름이 주춤한 편이고, 수요자 관망도 깊어 기대감 만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편입을 추진하는 동안 호가는 소폭 올라갈 수 있지만 집값 자체를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하긴 역부족이란 데도 의견이 모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도 매수자들이 얼마나 따라 붙어 가격을 받아 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조금씩 호가를 더 부를 순 있겠지만 5억 원 부르던 게 10억 원으로 뛰는 등 드라마틱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 수요의 움직임을 기대하기도 태부족이란 진단이다. 교통·인프라의 개선 없이 행정구역 변경 만으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대원칙은 교통 환경과 인프라 개선이기 때문에 행정구역 변경 자체 만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포의 경우 지역 매도자들의 기대감은 커지는 데 반해, 정작 매수자들이 호재로 소화하지 않아 ‘동상이몽(同床異夢)’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자 수요는 절대 안 움직인다. 투자는 미래의 개연성을 보고 하는 것인데 행정 절차란 장벽을 넘어야 해서 객관적으로 현실화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시장의 영향을 준다면 호가가 올라가는 정도지 거래량이 실제 늘어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경기 동탄, 광교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이 서울과 갭을 줄이고 있는 점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데 힘을 싣는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경기 동탄이나 광교 등 수도권 핵심지는 서울보다 집값이 더 비싸다. 서울에 편입 된다고 더 오르거나 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전문가들은 ‘서울특별시’로 행정구역 앞자리를 바꿔다는 것 자체가 호재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봤다. 서울이란 메가시티가 가진 상징성과 타 지자체 대비 높은 재정 자립도, 풍부한 교통·교육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기대감이 커질 것이란 해석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에 대한 상징성이 첫 번째고, 두 번째로 서울 기반시설의 공동 활용과 서울 접근성 개선 기대 등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도 “편입 현실화 여부는 나중 문제로 두더라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떤 형태든 기대감이 커져서 단계적으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특히 김포 입장에선 서울시가 경기도 보다 예산 사용 범위가 넓고, 교통 인프라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교수는 “서울시 입장에선 김포가 편입될 경우 주택 공급 가능 부지가 늘면서 서울 주택 공급 여력도 커진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안정화, 서울 주택 가격 평균값을 낮추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대로 김포의 경우 서울 편입 이슈로 집값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 짚었다.
다만 광명, 하남, 구리 등 인접 지역까지 편입 되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주변 도시의 집값 상승 효과는 반감될 것이란 예상이다. 서 교수는 “김포만 편입되는 게 아니라 광명과 하남 등 주변까지 다 들어온다면 집값 상승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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