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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 마녀들의 소굴?…’맘카페’에 대한 오해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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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호식 경단녀에 대한 혐오…육아·가사노동 평가절하”

맘카페 조명한 신간 ‘맘카페라는 세계’

맘카페
맘카페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나는 맘카페 충성 회원이자 중독자였다.”

맘카페 운영자 정지섭 씨의 말이다. 조용하고 무뚝뚝한 성격의 그가 맘카페와 조우한 건 애를 낳고 난 이후였다. 그는 직장인이자 엄마로서 육아 정보를 얻고자 A 지역 맘카페에 가입했다.

맘카페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애가 아플 때, 잠을 안 잘 때, 먹일 때 등 육아와 관련한 온갖 정보와 최신 트렌드가 그곳에 있었다. 정씨는 그곳에서 1년간 회원으로 활동하며 적어도 하루 세 번 이상 방문하고, 100개가 넘는 게시글을 올렸다.

맘카페는 육아에 지친 그에게 “단짝 친구” 같았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첫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카페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관련 정보를 얻으며 힘을 얻었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그는 카페 광고글 저격수로도 활동했다.

출산 준비
출산 준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효용을 알게 된 그는 이사 갈 때마다 지역 맘카페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러던 중 C 지역 카페에 가입 신청을 했으나 오랫동안 승인이 나지 않았다. ‘묻지마 강퇴’로도, 가입 조건이 까다롭기로도 정평이 난 곳이었다. C 카페에 불만을 가진 몇몇 사람들과 함께 그는 새로운 카페를 개설해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신간 ‘맘카페라는 세계'(사이드웨이)는 정씨가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겪은 일과 맘카페에 관한 종합적인 분석을 담은 책이다.

신생아 옮기는 간호사
신생아 옮기는 간호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책에 따르면 약 20년 역사의 맘카페는 현재 네이버에만 1만2천개 이상이 존재한다. 지역 카페와 교육·살림 등 특정 목적의식을 공유하는 광역 맘카페로 나뉜다. 상업성 여부도 카페를 나누는 기준이다.

맘카페 규정은 대개 빡빡하다. 가입요건이 까다로운 경우도 많다. “이용자들 간의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령, 물건을 공짜로 주는 ‘드림’ 제도를 악용해 ‘드림’ 받은 물건을 가지고 다른 사이트, 예를 들면 ‘당근 마켓’ 같은 곳에 내다 파는 사람들도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철저한 등급제로 운영된다. 혜택만 빼먹는 이른바 ‘체리피커'(cherry picker)를 배제하고 정보 공유에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해 양질의 정보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중고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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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

가입에 성공하고 나면 회원들은 모나지 않게 처신해야 한다. 맘카페 특징이 “둥글둥글함”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불편함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구성원 간 암묵적 약속이 존재한다. 불편한 상황을 꺼리고, 공격적인 글은 삭제되기 일쑤다. 부동산카페에서 매우 공격적인 글을 올린 이가 맘카페에서는 상냥하고 예의 바른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그러나 이런 상냥함이 외부를 향해선 날 선 공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밑바탕에는 집단의 힘에 기댄 일종의 변질된 권력욕이 숨어 있다.

회원들은 수틀리면 가차 없이 악평을 쏟아낸다. 심한 경우 불매운동도 벌어진다. 이 때문에 동네 상점 주인들이 맘카페 눈치를 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맘카페가 “누군가에겐 따스한 정이 오가는 공간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끊길 수도 있는 한없이 무섭고 두려운 공간”이 된 것이다.

맘카페 논란
맘카페 논란

[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공격성은 특히 아이들 문제와 결부될 때 가장 격해진다. 맘카페에 올라온 비난 글과 관련 댓글을 읽고 비극적 선택을 한 김포 어린이집 보육교사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후 맘카페는 ‘갑질’, ‘마녀사냥’, ‘조리돌림’, ‘집단이기주의’ 등의 온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급기야 “모든 악의 근원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국민 청원 게시판 등에 올라오기도 했다.

정보 공유에서 시작한 맘카페가 마녀 소굴로 취급당하는 처지까지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비오는 날 엄마와 함께 걷는 아이들
비오는 날 엄마와 함께 걷는 아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자는 “엄마들의 둥글둥글함이 모여 공감을 얻고, 이는 종종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한다. 다만 대략 2015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맘충’이라는 비아냥과 맘카페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는 과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런 비아냥에는 ‘경력단절 여성이 호의호식하는 것에 대한 혐오’가 깃들어 있고,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절하가 깔려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증오와 낙인찍기는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그것은 맘카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324쪽.

buff27@yna.co.kr

CP-2022-0025@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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