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의 제약공장 전경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8일(현지시간)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용 신약인 젭바운드(티르제파티드)를 승인했다.
이날 존 샤렛츠 FDA 당뇨병·지질질환·비만 부문 책임자는 성명에서 “비만과 과체중은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 주요 사망 원인과 연관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면서 비만과 과체중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승인이 약 부족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래너드 글래스 일라이 릴리 수석부사장도 성명을 내고 “비만은 과학적 증거가 많은데도 종종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 잘못 간주된다”면서 “우리는 이 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없애고 관리 방법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르제파티드는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용으로 승인된 차세대 약물 중 두 번째 약물이다. FDA는 앞서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각각 2017년과 2021년에 승인한 바 있다.
일라이 릴리 측은 “이달 말 (티르제파티드가) ‘젭바운드(Zepbount)’란 브랜드로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라면서 “영국에서도 더 늦기 전에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한달치 젭바운드 정가는 1059.87달러(약 139만원)로 설정될 예정이다. 경쟁약인 위고비의 패키지당 가격인 1439달러 대비 20% 낮은 수준이다.
일라이 릴리는 또한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한 특정 환자들이 1개월 또는 3개월 처방에 대해 25달러만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절약 프로그램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이 있지만 젭바운드에 적용되지 않는 환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가에서 50% 할인한 550달러로 약을 구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미언 코노버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젭바운드의 정가가 위고비보다는 낮지만, 실질적으로는 약국을 거친 할인 후 순가격이 중요할 것”이라면서 “젭바운드 승인으로 이 약은 역사상 가장 잘 팔리는 약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고비의 순가격은 월 700달러에서 900달러 사이로 알려져있다.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젭바운드의 FDA승인은 다이어트약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4%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약 42%가 비만을 앓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의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으며, 이로 인해 비만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과 건강에 대한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버트 쿠슈너 노스웨스턴대학교 파인버그 의과대학 교수는 “50%를 깎아서 환자들이 한달에 550달러만 내도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보기에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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