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5G 단말기에서도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4만원대인 5G 최저요금 선이 3만원대로 내려가고, 30만원대 갤럭시 단말기도 출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달부터 단말기 종류와 관계없이 저렴한 요금제를 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자급제 5G 단말은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지만, 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구매한 5G 단말(통신사향 단말)은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다. 정부는 단말과 요금제 세대 간 칸막이를 없애 5G 단말 이용자가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고, LTE 단말 이용자도 다량 데이터 이용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5G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으로, 먼저 SK텔레콤이 이용약관 개정과 전산 시스템 개발 중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정부와 논의해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5G 이용자가 LTE로 이동하며 5G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30GB 이하에서 요금 공백이 있는 부분은 5G가 약하고 LTE가 강하다. 그런데 내년 1분기에는 5G 요금제가 오히려 유리한 부분이 많아지게 돼 굳이 LTE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5G·LTE 통합요금제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합요금제로 가는 방향도 논의해보겠다. 다만 사업자들이 어떤 생각인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를 적게 쓰는 이용자들을 위해 현재 4만원대 중후반인 이통 3사의 최저구간 5G 요금을 3만원대로 내리고, 30GB 이하 소량 구간 5G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세분화한다. 이통 3사는 내년 1분기 중 3만원대 5G 요금제를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통신사마다 2~3종에 불과해 선택권이 제한적인 30GB 이하 소량 구간 요금제도 세분화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4만원대 중후반에서 3만원대로 내려온다는 것은 액수 측면에서 보면 적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30GB 이내 소량에서도 세분화하는 부분을 지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층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저가 5G 요금제+중저가 단말 조합 선택권을 확대한다. 3~4만원대 30GB 이하 구간에서도 데이터 제공량을 일반 요금제 대비 최대 2배 확대하고 영화 쿠폰 등 혜택을 강화한 청년 5G 요금제를 내년 1분기에 신설한다. 알뜰폰에서 이통사 대비 30%가량 저렴한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이통사와 빠르게 망 도매 제공을 협의한다.
단말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협의해 30~80만원대 중저가 단말기를 연내 2종, 내년 상반기 3~4종 출시할 예정이다. 홍 실장은 “지난해 단말 구입 비율을 보면 80만원대 이하가 38.8%였다. 모든 소비자가 200만원대 고가 단말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년 단위로 운영하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통신 요금 25% 할인)를 1년 단위로 자동 갱신할 수 있도록 사전예약 기능을 내년 1분기 중 도입한다. 25% 요금 할인 혜택은 2년 약정과 동일하지만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을 낮췄다. 현재 6만9000원짜리 요금제에서 선택약정 할인 제도를 받으면 최대 위약금은 13만8000원이다. 그러나 1년 단위로 쪼개지면 중도 해지 시 위약금이 6만9000원으로 줄어든다. 해지 부담을 덜어 저렴한 타사 요금제로 이동이 쉬워지고, 사업자 간 경쟁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약정 만료 문자에는 재약정 신청 URL을 추가해 편의를 높인다.
시장 과점구조를 깨고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이통 진입을 지원한다.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주파수 할당대가·조건을 현시점에 맞춰 재산정하고, 지역(7개 권역) 할당도 허용한다. 신규 사업자가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필수설비 개방을 확대하고, 망 구축 과정에서 타사 네트워크를 공동이용(로밍)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사업 초기 단계 투자 부담 경감을 위해 정책금융(최대 4000억원)과 세액공제도 지원할 계획이다.
알뜰폰 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작년 9월 일몰된 도매제공 의무제를 상설화한다. 법제화를 위해 국회와 협의 중이다. 데이터 대량 선구매에 대한 할인 폭을 확대하고, 이통 3사 자회사의 점유율 제한을 추진한다. 이 장관은 “(도매제공 의무 상설화를 위해) 국회와 협의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가능한 한 빨리 법제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은 지난 7월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초 지난 2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6일로 연기되고, 이후 비상경제장관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다시 미뤄져 이날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홍 실장은 “비상경제회의로 안건 상정 회의체가 변경되면서 부득이하게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요금제·단말기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고 사용량에 부합하는 요금 체계로 개편해 나감으로써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덜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신규 통신 사업자, 알뜰폰 사업자 육성을 통해 통신 시장의 과점 고착화를 개선하고 본원적인 요금·서비스·설비 경쟁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발생한 LG유플러스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홍 실장은 “LG유플러스에 망 장애 관련해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발생 원인을 분석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대거 늘리며 KT를 추월한 것에 대해서는 “총량도 집계하고, 세분화된 통계로 사람과 IoT 회선을 구분해 집계하겠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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