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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사고본 실록 110년 만에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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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는 임진왜란(1592~1598) 뒤 국가·왕실 서적을 분산 보관하기 위해 깊은 산속 네 곳에 외사고(外史庫)를 마련했다. 정족산사고, 적상산사고, 태백산사고, 오대산사고다. 오대산사고는 선조 39년(1606)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동산리에 건립됐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선원록(왕실 족보) 등 왕실 주요 서적과 일반 서적이 함께 관리됐다. 왕대별로 실록과 의궤가 봉안되는 등 이관되는 책은 점점 많아졌다. 1909년 ‘오대산사고장서목록’에 따르면 그 수는 4416권에 달했다. 그러나 조선총독부가 1911년부터 도서 정리사업을 시행하면서 남김없이 조선총독부 취조국, 참사관 분실, 학무국 등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오대산사고본 실록, 조선왕조의궤 상당수는 일본 동격제국대학교와 궁내성으로 반출됐다. 민간과 불교계, 정부의 지속적 노력으로 100여 년이 지난 뒤에야 환수됐다.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조선왕조의궤가 산전수전을 마치고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이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에 있던 월정사 성보박물관을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으로 새단장하고 11일 개관한다. 환수 뒤 줄곧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던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조선왕조의궤를 이관해 보관·전시한다. 박물관은 유물 1207점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수장고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실감형 영상관 등으로 구성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대산사고에 보관됐던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 편찬, 분상(分上·중요한 기록물을 여러 부 제작해 사고, 관청 등에 나눠 보관함)은 물론 일제강점기에 반출돼 환수되기까지 여정을 되짚어보는 전시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개를 앞둔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성종실록’ 아홉 권, ‘중종실록’ 쉰 권, ‘선조실록’ 열다섯 권, ‘효종실록’ 한 권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종실록은 권11, 권12, 권19, 권20, 권98, 권99 여섯 권을 제외하면 전권의 내용이 갖춰져 있다. 교정을 본 흔적이 있는 교정쇄본으로, 정본보다 얇고 질이 낮은 종이를 사용해 무게가 매우 가볍다. 곳곳에는 일제강점기 왕실 도서가 겪은 역경을 보여주는 장서인과 레이블의 흔적이 남아있다. 박수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일흔다섯 권 전체에 ‘동경제국대학도서인(東京帝國大學圖書印)이 날인돼 있으며, 효종실록을 제외한 일흔네 권의 표지 우측 밑에 옛 동경제국대학에서 사용하던 ‘A00/4308’의 방형 도서 레이블이 부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대산사고본 실록만의 특징으로, 2017년 효종실록이 발견됐을 때 이를 오대산사고본으로 특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고 덧붙였다.

조선왕조의궤는 고종 대까지 내려온 230종 399권 가운데 마흔세 종 여든두 권이 보관된다. 2006년 국회에서 일본 정부에 반환을 요청하고 환수 운동을 시작해 가져올 수 있었다. 제작 시기는 모두 19세기 후반 이후다. 내용은 대부분 장례, 책봉, 혼인, 존숭 등 왕실 일원들의 생애 주기에 집중돼 있다. 박 연구관은 “주요 목적이 왕공족실록 편찬이어서 왕실 인물의 일생과 밀접한 기록이 필요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례 관련 의궤가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 철종·철인왕후와 같이 이왕가 왕공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인물들의 장례 관련 의궤가 국장부터 부묘까지 세트로 갖춰져 있다”고 부연했다. 문화재청 측은 “하나같이 우리 역사의 굴곡 속에서 문화유산이 겪은 수난을 형형히 보여주는 환수 문화유산”이라며 “박물관 설립을 계기로 유무형 가치가 널리 알려지고 공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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