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빈대’가 출몰하면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시민들 사이에서 활발히 퍼져나가 빈대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이 조성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빈대 출몰, 조심하라”…쿠팡 측 “빈대 없었다, 강경 대응할 것”
지난 7일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 속에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쿠팡 빈대 출몰’, ‘프레시백에서 빈대가 나왔다’, ‘쿠팡 용인·창원·고양 빈대 주의’ 등의 제목으로 근거가 불확실한 글이 게시됐다.
최초 글 작성자는 “쿠팡 고양 프레시백에서 빈대가 나왔다고 한다. 당분간 쿠팡 이용 못 할 듯”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는 “쿠팡 용인·창원·고양 물류창고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글이 올라온다”며 “특히 프레시백을 통해 옮겨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자신이 쿠팡 물류센터에 일일 알바를 하러 갔다고 밝히며 “쿠팡 물류센터에 갔는데 빈대가 있어 도망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글들에는 “무서워서 주문을 모두 취소했다”, “옆집에도 택배 상자가 몇 개씩 쌓여있는데 불안하다”, “어제 아기 옷을 택배 주문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SNS상에서 2만번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이에 논란이 불거진 지자체의 보건소들이 해당 업체의 물류창고를 대상으로 진상 파악을 위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를 마친 창원시 진해 보건소는 “관내 쿠팡 물류센터에선 휴게시설 등 내부 시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빈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용인시 보건소 등도 관내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쿠팡 측은 “전문 업체에서 모든 물류 사업장을 정기 소독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고, 현재까지 관련 해충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며 “최초 유포자와 유언비어를 퍼 나른 이들 모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하철에도 빈대 출몰?…서교공 “매일 방역 중, 빈대 없다는 소견 들었다”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트렌치코트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라는 글이 올라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글 작성자는 “수원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KTX로 환승해 지하철을 탔다”며 “옷을 벗어 책상 위에 뒀는데 벌레 한 마리가 트렌치코트에 있길래 휴지로 잡았다. 이게 요새 말 나오는 빈대인가”라며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피가 묻은 휴지와 빈대 한 마리가 담겨 있었다. 다만 이 작성자는 어디서 빈대가 붙어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은 SNS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피해를 본 것은 애꿎은 서울교통공사(서교공)였다. 해당 게시글이 온라인상에서 퍼져나가자 서교공 측에 빈대 관련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서교공은 빈대 창궐 이후 계속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지역 빈대 발생 이후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꾸준히 방역을 진행 중이며, 전문 방역업체 진단을 통해 빈대가 없다는 소견을 듣고 있다.
서교공 관계자는 “해당 지하철은 서울이 아니라 타지역 지하철이다”라며 “앞으로도 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SNS상에서는 “지하철 자리가 나도 빈대가 무서워 못 앉겠다”, “천 의자라 빈대가 살 것 같다”, “서울 지하철에서 빈대 목격” 등의 확인되지 않은 가짜 정보가 활발히 퍼져나가고 있다.
전국이 ‘빈대 포비아’…”과잉 대응보다는 기본 방역 수칙 지키는 게 중요”
이처럼 게시물의 진위와 글 게시자의 의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을 타고 급속히 퍼질 경우 해당 업체와 관련 업계에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벌레에 물렸는데 빈대인지 확인해 달라거나 예방 방역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도 보건소에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보건소의 일반적인 행정 업무 처리가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과잉 대응하기보다는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엄훈식 한국방역협회 선임연구원은 “밤에 침대에 누워 자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이로 삼는 빈대의 특성상 택배 물류센터는 빈대가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확률적으로 희박한 택배를 통한 빈대 유입 가능성을 걱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바깥에서 옷을 한번 털고 들어오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또한 빈대 발생 신고센터(TEL 120번)를 운영하여 빈대 확산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신고 즉시 자치구 또는 보건소에서 현장에 출동하게 되고, 빈대 출현을 확인한 뒤 소독 여부를 확인한다.
한편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지만, 가려움증을 유발해 이차적으로 피부감염을 발생시킨다. 여러 군데를 물렸을 경우 드물게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나서 고열과 염증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로 밤에 흡혈하는 습성으로 잠을 방해한다.
팔, 다리 같은 노출 부위 2~3곳에 연달아 일렬이나 원형으로 자국이 생기면 빈대가 문 것이다. 빈대의 배설물은 적갈색이다. 빈대 자체를 눈으로 볼 수도 있다. 빛을 싫어해 캄캄한 방에 조용히 들어가 갑자기 손전등을 비추면 어두운 곳으로 숨으려고 침대에서 움직이는 빈대를 찾을 수 있다.
빈대 관련 대응법○빈대에 물릴 경우
-현재까지 질병을 매개한 기록은 없음
-가려움증이 심해 2차 피부감염 유발
-드물게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나 고열과 염증 반응 일으킴
-빈대에 물리면 물과 비누로 씻은 후 병원에서 증상에 따른 처방과 치료
○빈대를 방제하려면
-다가구 주택과 숙박업소 등은 오염 장소를 중심으로 동시 방제
-스팀 고열을 이용해 빈대 서식장소에 분사
-진공청소기로 침대, 매트리스, 소파 등 청소. 청소기 흡입물은 봉투에 밀봉해 폐기
-오염된 옷과 커튼, 침대커버 등은 건조기에서 50~60도로 30분간 소독
-스팀청소, 청소기, 건조기 등 물리적 방제, 살충제 등 화학적 방제 병행이 효과적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