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여만원 상당의 앵무새를 습득한 60대 남성 A씨가 주인의 반환 요구에 불응하고 새장 문을 열어 날려 보낸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정식공판에 회부된 A씨에 대해 지난달 19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서초구에서 습득한 청금강 앵무새를 자신의 업장에 보관하다가 9일 뒤 경찰이 반환을 요구했음에도 새장과 사무실의 문을 열어놔 앵무새가 날아가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청금강 앵무새는 약 400만원에 거래되는 고가의 앵무새로, 지난해 11월 13일 소유주인 B씨가 경기도 의왕시에서 비행 연습을 시키던 개체였다. 그러나 비행 연습 도중 앵무새 3마리가 까마귀 떼의 습격으로 의도치 않게 날아가 버렸다. 이 중 두 마리는 평소처럼 B씨에게 돌아왔지만, 한 마리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후 경찰에 신고해 잃어버린 앵무새를 행방을 찾던 도중 서울 서초구에 있는 A씨의 업장에서 앵무새를 발견했고,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앵무새를 보관 중이던 A씨는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고, 이후 앵무새를 돌려줄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경찰이 A씨의 사무실을 방문하자 A씨는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새장을 탈출해 도망갔다고 해명했다.
박 판사는 A씨에 대해 “피해자의 점유를 이탈한 앵무새를 반환하지 않은 채 불상지로 날아가게 함으로써 재산상 손해는 물론 심각한 심적 고통까지 안겨줬다”면서도 “동종 범행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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