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매독에 걸린 채 태어난 신생아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3761건의 선천성 매독 사례가 보고됐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성병이다. 이는 임신한 여성에서 태아로 전파될 수 있다. 임신 중 매독에 걸리면 유산과 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더라도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뼈 기형, 심각한 발달 지연 등을 겪을 수 있다. 실제 CDCP에 따르면 지난해 아기 매독 환자 약 51명이 사망했다.
CDCP는 “지난해 약 90%의 임산부가 시기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임신 중 매독 검사와 치료가 개선된다면 선천성 매독의 발생률과 그로 인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선천성 매독 신생아의 약 38%는 산전 진료를 받지 않은 산모에게서 태어났다. 산전 진료를 받은 이들 중에도 약 30%는 매독 검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거나 너무 늦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독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난 산모의 88%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CDCP의 성병 예방 분과 최고 의료 책임자인 로라 바크먼은 “신생아 매독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상황이 심각하다”며 “(선천성 매독) 1건도 공공보건 인프라의 붕괴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제는 그 사례가 3700건”이라고 지적했다.
거의 사라진 질병이었는데…”콘돔 사용 등 경각심을”
매독은 약 20년 전 미국에서 거의 사라진 질병이었다. 그러나 2017~2022년 사이 급증했다. 다른 성병들도 함께 증가했다. 2021년 기준 클라미디아를 겪는 환자는 160만명, 임질은 70만 명이 앓는 것으로 집계됐다.
CDCP는 매독을 포함한 성병이 증가하는 이유를 코로나19 팬데믹과 정기 예방 진료 감소, 진료 시간 단축 등에서 찾고 있다. 의료 전염병학자인 멜라니 테일러 미국 애리조나주 공중보건국 박사는 “콘돔과 같은 보호장치를 잘 사용하지 않기에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신 중 매독은 유산, 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아기가 살아남더라도 귀나 눈이 멀거나 심각한 발달지체를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독은 페니실린을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매독이 크게 진행해 중추신경계에 침범만 없다면 일주일에 한 번 씩 페니실린을 주사하는 치료법을 3주 동안 시행한다. 미 CDCP는 아기 매독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산전 진료 시 혹은 임신이 확인되는 즉시 매독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감염이 의심될 시 임신 28주와 출산 시에도 매독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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