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월동은 12만명의 주민이 사는 규모가 꽤 큰 동네다. 서울 중구(9.98㎢)의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는 중구(13만1800만명)보다 약간 적다. 규모 면에서 서울 시내 웬만한 동네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신월동에 없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지하철역’이다. 서울 지하철 노선에는 624개 역이 있지만, 그 많은 지하철역 중 신월동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 역은 없다.
신월동보다 면적과 인구가 적은 강남구 대치동(3.79㎢, 8만1400명)에는 2호선과 수인분당선, 3호선 등 3개 노선에 지하철역이 6곳, 환승역이 2곳이나 있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공사까지 이뤄지고 있다. 양천구 전체에 정차하는 지하철역이 6곳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두 지역의 대중교통 격차는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유동 인구 등 주변 여건을 볼 때 신월동과 대치동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민으로서 양천구 주민들이 가지는 박탈감은 크다.
신월동이 상대적으로 낙후한 건 1958년 개항한 김포국제공항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 신월동과 주변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니 고도 제한이 있고, 고밀개발이 불가능하다. 고밀개발이 어려우니 새로운 철도망을 끌어오려 해도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것은 다시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돌아온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신월동처럼 지하철 역사가 하나도 없는 지하철 불모지는 예타 경제성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며 “철도교통에서 소외된 지역문제를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한다.
주민 교통복지를 위해 철도교통망을 끌어오려는 양천구의 계획은 계속 좌절을 맛봤다. 신월동부터 신정동, 목동을 거쳐 영등포구 당산역까지 10.87㎞ 구간을 잇는 경전철 목동선 계획은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타 조사 단계에서 멈춰있다.
목동역을 출발해 청량리역까지 서울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북횡단선의 예타 결과도 마찬가지다. 신월동 지역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호선 지선을 까치산역에서 신월사거리까지 연결하려는 계획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시가 주최한 ‘예타 제도 개선 대토론회’에 참석한 이 구청장은 서울 외곽지역을 연결하는 철도교통망 구축이 절실하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교통은 교통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예타 기준을 인구 증가 등 장래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 선제적인 교통 인프라 확충해야 한다는 게 이 구청장의 설명이다.
이 구청장은 “양천구에는 목동아파트 재건축, 서부트럭터미널 개발, 신월동 지역 재개발 등 대규모 개발 계획이 진행 중인데 현재 예타 기준은 사업승인 인가분만 반영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장래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도 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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