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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방해 학생에 레드카드 주면 아동학대?”…헌재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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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실에서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학생에게 벌 청소를 시킨 교사에게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됐습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처벌에 따른 실제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될 때 기소는 하지 않는 걸 말하는데요. 헌법재판소는 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한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2022헌마1119). 

교사 A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요. 이에 A씨는 해당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합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월 26일 교사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하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는 2021년 교실에서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A씨는 교실 칠판에 레드카드를 붙여 두고 수업시간에 잘못한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습니다. 이름표가 붙은 학생들은 방과 후 교실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같은 해 4월 초등학교 2학년 B군은 수업시간에 페트병을 손으로 비틀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이에 담임교사였던 A씨가 주의를 줬으나 이후에도 B군은 같은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A씨는 B군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고 B군은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어야 했습니다. A씨는 B군이 방과 후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하교를 지시했습니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어머니는 학교에 한 달간 여러 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합니다. 이에 결국 A씨는 병가를 냈고 담임 지위에서도 물러났습니다.

B군의 어머니는 또 아이가 사건 이후 등교를 거부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야경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진단받았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하기도 합니다. 이에 경찰은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견을 물었고 이 기관의 기관장은 경찰에 레드카드 제도가 피해아동의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의 조사 결과를 통보합니다.

이후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는데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해 4월 A씨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벌점에 따라 불이익한 처분을 내린 것은 교육청에서 허용하지 않는 상벌점제를 사실상 시행한 행위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레드카드 옆에 이름표를 붙이고 아동을 하교시키지 않은 채 교실에 남겨 청소를 시킨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학대행위라고 봤습니다.
 
이에 A씨는 전주지방검찰청 검사에게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헌재는 레드카드 제도가 교육 방법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레드카드 제도가 A씨와 학생들 사이의 약속이었다고 하는 A씨의 일관된 진술 △전라북도 교육행정 심판위원회가 A씨의 레드카드 제도 운영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해 A씨 수업 방식의 교육적 목적을 인정했습니다.
 
또 헌재는 레드카드 탓에 B군의 정신건강이 악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전했습니다. 이 사건 기록에 피해아동의 반응을 유발한 A씨의 태도와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으며 B군이 해당 사건 이외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경험을 했다는 이유입니다.

앞서 B군은 담장에서 떨어져 늑골염좌 등의 진단을 받아 결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같은 반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후 불안, 수면장애, 과다행동, 야뇨증, 수면보행 등의 증상을 겪기도 했습니다.

헌재는 “B군은 낙상사고,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도 경험했으므로 야경증·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게 된 것이 레드카드에 기인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건에 기인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헌재는 또 검찰이 A씨가 학생에게 청소를 지시했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학생 진술만으로 A씨가 청소를 시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방과 후 남아서 청소하라는 명시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 피해아동이 명시적 지시 없이도 방과 후 교실에 남아있었던 것은 레드카드 제도가 본인과 학생들 사이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는데요.
 
헌재는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피청구인은 추가 조사 없이 사건 기록만으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헌재는 이 사건에 중대한 수사 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했다”고 전했습니다.
 

헌법재판소/사진=뉴스1
헌법재판소/사진=뉴스1

한편 대법원은 앞서 B군의 어머니가 지속해서 담임 교체를 요구한 행위가 ‘교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교권보호위원회조치처분취소])

대법원은 “B씨가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한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돼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대한민국헌법

제31조 ④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 ① 학교교육에서 교원(敎員)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

교육공무원법

제43조(교권의 존중과 신분보장) ① 교권(敎權)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따라서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하는데요.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듯 보호자는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자녀의 교육에 관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데요.

대법원은 “그러나 이러한 의견 제시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교육기본법

제13조 (보호자) ①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권리와 책임을 가진다.
②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성현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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