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인요한 당 혁신위원장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자리를 떠났다. 이 전 대표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영남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위협적이지 않다”는 싸늘한 반응이 나온다. 내년 총선 승패가 ‘수도권 선거’에서 가려질 것이라 판단하는 여당 입장에서 이 전 대표가 뜬금없이 ‘텃밭’ 영남 출마를 거론했다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비례대표 출마’를 부인했지만, 원내 입성을 위해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는 9일 KBS라디오에서 “신당이 생긴다면 가장 어려운 과제가 기성 정당의 아성을 깨는 것이라고 판단해 영남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대구 출마 발언은) 전략적 판단”이라며 “신당이 충분한 지지를 받아 영남에서 많은 분들이 출마할 여건이 된다면 더 어려운 과제를 찾아갈 수도 있다. 보수 계열 신당으로서 대구가 아닌 광주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 전 대표가 대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예상했다”,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보수세가 가장 강한 TK(대구, 경북) 지역에선 ‘예선(공천)이 본선(경선)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제3당의 이름표를 달고 ‘본선’에 나오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TK지역 의원은 “TK에선 국민의힘의 당선 가능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많으면 10%를 가져간다고 해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총선 당선에 별 타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대구에서 당선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최대 40%p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실험은 높게 평가하지만, 정체성이 없다. 그래서 ‘친윤계에 복수하겠다’는 감정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거대 양당 세력 싸움에 지친 2030세대를 겨냥한 ‘보수-진보 연대’를 만들 것인지, 윤핵관에 맞설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들 것인지 노선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지금은 이 두 개가 혼재되어 있어 현역의원들이 창당 가능성이나 파급력을 낮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것은 뒤로 가는 모양새로 (국민들이) 보실 수 있다”며 지역구 출마를 거듭 강조했지만, 당내에선 비례대표설도 여전하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 뒤 지역구 후보로 나가 낙선한다면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완전히 좁아진다”며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입성해 국민의힘과 신경전을 이어가며 자신의 체급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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