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계를 중심으로 ‘마약 스캔들’이 잇따르면서 이에 연루된 연예인들의 진술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우 이선균씨(48)가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고의성을 부인한 가운데 과거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한 진술로 중형을 피해 간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 실장의 집에서 대마초 등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마약 간이 시약검사와 모발 정밀감정 등을 진행했지만 모두 약물 음성 반응이 나왔다.
다만 경찰은 이씨가 A씨로부터 협박을 받아 3억5000만원을 건넨 정황 등을 고려할 때 투약 자체는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마약 음성 결과를 토대로 최근 10개월 이전에 이씨가 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소유예와 집행유예가 반복된 기존 연예인 마약 수사의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빅뱅의 지드래곤(권지용·35)은 지난 2011년 대마를 흡입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권씨는 진술에서 “일본의 클럽에서 모르는 사람이 준 물건을 담배로 착각해 한 차례 피웠다”고 언급했다. 지난 2020년에는 래퍼 오왼(김현우·32)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초범인 점 등이 고려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엄홍식·37)도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졸피뎀 투약의 목적이 수면 장애를 위한 치료라고 주장하며 투약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배우 하정우(김성훈·45)도 의료 목적으로 수면 마취를 시행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과 관련 시행령에는 원칙적으로 고의범만을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투약의 경우에도 과실범에 대해 처벌하는 규정은 없어 수사기관이 고의를 입증해야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이씨 진술은 사실상 무죄 취지에 가까운 진술이라는 설명이다.
신동협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타인에 의해 모르고 먹거나 흡입하는 경우는 범죄 자체의 성립이 되지 않고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무죄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수사기관도 보통 여러 정황과 증거를 함께 수집하기 때문에 법원이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마약범죄 양형기준’을 통해 범행의 가담 동기나 자수 여부, 투약량 등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한다. 투약 사범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의 한 수사관은 “마약 범죄에 대한 기소를 위해서는 투약 일시나 투약량 등 구체적인 ‘공소 사실’의 특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반적으로 착오로 인한 투약의 고의성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 공소사실 특정을 위한 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투약 사범도 검거를 대비해 텔레그램을 사용하거나 대포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범죄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에 있어 디지털포렌식의 수사 비중은 급속히 확대되는 중”이라며 “신종 마약이 마약 검사에서도 현출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약물 자체에 대한 화학적 성분 검사를 의뢰하고 이를 임시 마약류로 지정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9월 중순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통해 유흥업소 실장인 A씨를 구속하고 이씨와 권씨 등 4명을 형사 입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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