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고객 한도를 관리하는 한편 무이자 할부 기간도 축소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다. 조달금리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데다 연체율 우려도 커지면서 내년에도 불투명한 업황에 대비해 곳간 관리에 나서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한도를 조정하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도 고객의 신용도 상황에 맞춰 한도를 관리하고 있다”라며 “대규모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조금 촘촘하게 관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조달비용이 급등하자 카드사들이 갑작스레 한도를 낮춘 것처럼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카드사는 연 1차례 이상 소득, 재산, 채무 등으로 산출한 가처분소득을 보고 회원의 이용한도 적정성을 심사할 수 있다.
무이자할부 기간도 여전히 축소된 채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 중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카드사는 신한·BC·우리카드 등 3곳에 그쳤다. 이마저도 병원, 가전, 항공 등 일부 업종에 제한해 6개월 무이자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가 6~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지만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카드사들은 연초 무이자 할부 기간을 대폭 줄인 바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의 금리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연체율 우려도 불거지고 있는 만큼 곳간 관리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전날 기준 4.777%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6%대까지 오른 뒤 올해 6월께 3.8%대까지 내려왔지만 다시금 5% 선을 바라볼 정도로 우상향하고 있다. 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1년 미만 단기채 발행에도 힘쓸 정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만기 1년 미만 카드채 발행액은 7500억원으로 전달보다 59.6% 증가했다.
연체율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의 3분기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1.34%로 전년 동기 대비 0.53%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카드의 경유 연체율이 1.66%에 이를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연체율 수준을 2%로 보고 있다.
내년 업황도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카드사들은 당분간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임원은 “조달비용 때문에 소비가 늘어도 이익이 늘지 않는 상황”이라며 “내년 업황도 불투명한 마당이라 특히 보수적으로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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