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빈대 발견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통해서 빈대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는 지하철에서는 빈대 번식이 쉽지 않고 주로 이른 새벽에 흡혈하는 습성 탓에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8일 와이티엔(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너무 공포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7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접수된 빈대 의심 신고는 30여건이다. 온라인상에도 빈대 목격담이 속속 올라오는 가운데 특히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트렌치코트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수원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대전역에 도착해 KTX로 환승했고 동대구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했다”며 “지하철에서는 서서 왔는데 언제부터 내 옷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트렌치코트 안에 입은 후드 티셔츠로 머리까지 덮고 있어서 물린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방송에서 해당 글쓴이가 올린 죽은 빈대 사진을 보고 “빈대가 맞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혈흔 색깔이 까만 것을 보면 흡혈한 지 이틀 정도 된 빈대로 보이는데 그러니까 이틀 전에 이미 누군가를 통해서 대중교통에 빈대가 옮겨진 것 같고, 우연치 않게 이분 트렌치코트에 붙어서 발견하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빈대가 전파·확산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는 게 양 교수의 말이다. 양 교수는 “대중교통은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탔다가 내렸다가 하기 때문에 빈대가 서식지에 숨어서 거기서 흡혈하면서 번식하기가 쉽지 않다. 또 빈대는 이른 새벽에 흡혈하기 좋아하는데 낮 동안에 대중교통은 굉장히 밝은 곳이기 때문에 빈대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이 움직이면서 진동이 있고 사람이 앉을 때 체온도 느껴지고 하니까 간혹 틈새에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대중교통이 빈대가 번식하고 증식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대중교통 이용 뒤 빈대가 옮았을까 걱정이 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양 교수는 “외투를 벗어 집에 들어가기 전에 현관에서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털어내면 진동이 있기 때문에 빈대가 기어서 나와 툭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주머니를 뒤집어서 안쪽을 확인하고 털어내면 빈대는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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