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1932년 작 ‘시계를 찬 여인(Femme ? la montre)’이 1억3930만달러(약 1820억원)에 낙찰됐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피카소의 작품 중 역대 두 번째 최고가 기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시계를 찬 여인’은 피카소가 연인이자 프랑스 모델이었던 마리 테레즈 월터를 그린 초상화다. 월터는 피카소의 ‘황금 뮤즈’로 불렸던 인물이다.
피카소는 45세 때 17세였던 월터를 만났고, 이후 우크라이나 발레리나였던 올가 호흘로바와 결혼한 상태에서 월터와 비밀 연애를 했다. 소더비 측은 경매를 앞두고 피카소가 이 그림을 통해 아내와 전 세계에 자신의 불륜 사실을 공개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작품은 올해 전 세계 경매 시장에서 최고가에 팔린 예술 작품이 됐다. 이는 올해 초 사망한 부동산 개발업자 에밀리 피셔 랜도의 컬렉션 중 하나로, 이번 경매 이전까지만 해도 1억2000만달러로 평가돼 왔다.
블룸버그는 이번 가을 경매 시즌에 나올 예술 작품 중 ‘시계를 찬 여인’의 낙찰가를 뛰어넘을 매물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미술 시장이 침체해 있는 상태에서 높은 가격에 팔린 것에 주목했다.
소더비 글로벌 미술 부문 부회장인 사이먼 쇼는 일간 가디언에 “피카소 하면 열정이지만, 시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스타일리시한 사람이자 훌륭한 시계 감정가였다. 그가 시계를 찬 사진조차도 시계 수집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 결과로 ‘시계를 찬 여인’은 피카소의 작품 중 두 번째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이 됐다. 피카소 작품 중 최고가 작품은 2015년 1억7930만달러에 낙찰된 ‘알제의 여인들’이다.
한편 랜도 컬렉션을 시작으로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 등 세계 3대 업체의 가을 경매 시즌에는 25억달러 상당의 예술 작품이 나올 예정이다. 이들 중 랜도 컬렉션의 판매액만 5억 파운드(약 8040억원)에 달할 것으로 가디언은 전망했다. 9일 크리스티 경매에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이 나오는 것을 비롯해 랜도 컬렉션 중 앤디 워홀,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도 주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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