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빈대 출몰로 방역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상 고온으로 과다번식한 노린재가 문제가 되고 있다. 본래 월동 준비에 들어가야할 노린재가 높은 기온으로 늦가을에도 활동을 이어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9일 TBS와 아사히신문은 올해 여름 일본에서 노린재가 전국적으로 대량 번식했으며, 월동에 들어가야 하는 11월에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린재는 보통 10월 말부터 월동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겨울에는 볼 수 없는 곤충이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어, 10월 말부터 기온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민가를 종종 찾기도 한다. 보통 산 인근 마을의 민가나 농가에 들어가 피해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여름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노린재가 대량 번식하면서,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에서도 노린재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교토 시내 공원 가로등에서도 노린재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고, 일반 가정집에서 널어놓은 양말 빨래에 노린재가 들어가거나 벽이나 창문 등에 붙어있는 모습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자극을 줄 경우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악취를 내뿜기 때문에 함부로 잡기도 어렵다. 이에 악취로 인한 주민 불편도 계속되고 있다.
TBS는 돗토리현의 산기슭에 위치한 마을 주민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하루에 수백마리의 노린재가 방충망, 의류 등에 붙고 있어 주민들이 박스테이프를 상비해 온종일 옷에 붙은 노린재를 떼어 내야 하는 실정이다.
농가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와카야마현의 한 감밭에서는 노린재가 과실을 파먹으면서 표면이 검게 변색되거나 작물 표면에 흠집이 나는 등의 피해가 생겨 긴급 방제가 이뤄졌다.
이에 농림수산성은 지난 9월 교토, 와카야마현 등 전국 21개 지자체에 노린재 주의보를 발령하고 농작물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린재가 11월 중순까지 창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계를 늦추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량 번식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구 온난화로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노린재가 좋아하는 더운 여름이 계속돼 과다 번식을 한 것이다. 여기에 월동할 곳을 찾아 정착해야 하는 시기지만 11월에도 이어진 100년 만의 고온 현상으로 계속 정착할 곳을 찾아 날아다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도쿄는 지난 4일 낮 최고 26도까지 기온이 상승했다.
돗토리현립박물관 관계자는 “11월은 노린재가 겨울을 나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는 시기”라며 “날이 따뜻해야 잘 날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월동 장소를 찾기 위해 더욱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도시의 불빛도 노린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효고현 이타미시 곤충 박물관 관계자는 “노린재는 불빛에 다가가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에 현관이나 창문 등에 붙게 된다”며 “여기에 소란을 피울 경우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티슈로 감싸 버리거나 페트병에 담아 방생하는 등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TBS에 조언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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