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랩드 포 인스타그램(Wrapped for Instagram, 이하 ‘랩드’)’라는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랩드는 2023년 한 해 동안 사용자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한 내용을 정리해 보여주는 연말 결산 앱으로 알려졌다.
랩드가 제공하는 정보 (출처 : DigitalTrends)
앱 설명에 따르면 랩드는 사용자 인스타그램 활동 내역을 분석한 뒤 △2023년 한 해 동안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시간 △자신과 소통이 많은 친구 순위 △자신의 프로필을 본 계정 △자신을 차단한 계정 수 △자신의 게시물을 캡처한 계정 수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연말이 가까워지며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연간 활동 내역을 공유하는 게 유행하면서 랩드는 애플 앱스토어의 인기 앱 목록에 오를 정도로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 활동량 체크하는 ‘랩드’ 알고 보니 가짜 앱?
랩드 포 인스타그램 (출처 : DigitalTrends)
그런데 랩드가 가짜 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월 7일(현지시간) 해외 IT 매체 디지털트렌드(DigitalTrends)는 랩드가 사용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탈취하는 사기 앱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디지털트렌드는 랩드가 알려준 연간 결산이 부정확하며 근거도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랩드를 이용해 본 결과 2023년 최고의 친구라고 표시된 계정 3개 중 한 달 동안 다이렉트 메시지(DM) 한두 개만 보낸 계정, 일주일에 한두 번 자신의 게시물을 공유하지만 교류는 없는 계정이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연간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도 다르게 표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체는 랩드가 분석한 올해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 660시간 이상(주당 평균 12시간)이라고 표기됐지만, 스마트폰에 기록된 ‘앱별 화면 켜짐 시간’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일주일에 2시간도 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랩드를 실행할 때마다 연간 사용 시간이 매번 다르게 표시된다는 게 여러 사용자를 통해 알려졌다.
같은 계정으로 테스트해도 연간 사용 시간은 매번 달라진다 (출처 : 엑스 @aIessiaa)
디지털트렌드는 랩드가 사용자 계정을 무단으로 도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랩드를 이용하려면 인스타그램 계정 접근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데, 매체는 랩드를 이용한 다음날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이 로그아웃됐다고 전했다. 레딧(Reddit)을 비롯한 여러 소셜 플랫폼에서는 랩드가 개인 정보를 훔치고 계정을 해킹하기 위해 로그인 자격 증명을 수집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는 사용자가 많다.
11월 8일 미국 NBC 뉴스도 랩드의 분석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생성한 직후 랩드에 연동했더니 연간 사용 시간이 며칠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랩드를 사용할 때마다 결과가 매번 달라졌으며, 새로 만든 계정과 사용한 지 오래된 계정 여러 개로 테스트해 보니 모두 잘못된 정보가 표시됐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올해 최고의 친구라고 표시된 계정이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사용자거나, 팔로우 중인 유명인이 자신의 프로필을 가장 자주 본 계정이라고 언급되는 등 랩드의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도 다수 제기됐다.
세부 정보는 유료…허위 정보로 수익 창출 의심돼
상세 정보를 확인하려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출처 : DigitalTrends)
랩드가 제공하는 분석 데이터 중 자신의 프로필을 많이 본 계정이나 자신의 게시물을 캡처한 계정 수, 차단한 계정 수 같은 일부 정보의 상세 내용은 유료 멤버십을 구독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하지만 기본 정보마저 부정확한 상황에서 유료 정보가 제대로 제공될지는 미지수다.
디지털트렌드는 자세한 정보를 요청하기 위해 랩드 개발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연락했으나 답변 없이 계정이 삭제됐으며, 앱스토어에 고지된 개발자 웹사이트도 실제로는 접속이 불가능한 주소라고 알렸다.
왜 랩드가 제공하는 정보는 부정확할까.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Meta)가 정식 개발한 앱이 아니기 때문이다.
랩드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2015년 선보인 ‘스포티파이 랩드(Spotify Wrapped)’를 모방한 가짜 앱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스포티파이는 사용자의 청취 데이터를 분석해 한 해 동안 즐겨 들은 음악과 재생 시간, 플레이리스트 같은 정보를 정리해 보여주는 랩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결과는 카드처럼 생긴 이미지 파일로 내려받아 SNS에 공유하는 것도 가능했다.
스포티파이 랩드는 스포티파이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다. 반면 랩드 포 인스타그램은 개인 개발자가 만든 앱으로 메타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여러 매체를 통해 “랩드 앱이 자사의 서비스 정책을 위반했다”라며,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제거하도록 애플에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약관을 위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랩드 포 인스타그램 (출처 : DigitalTrends)
랩드 관계자는 랩드 앱이 사용자의 인스타그램 활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가정을 적용해 실제 값에 가까운 추정치를 제공한다고 NBC 뉴스를 통해 해명했다. 랩드를 실행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거나 갓 생성한 계정이 며칠 동안 사용한 것으로 표시되는 등 잘못된 정보가 제공되는 건에 대해서는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분석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랩드가 서비스 정책을 위반했다는 메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지 않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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