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는 여야의 극단적인 대치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최근 은행의 고금리 영업행태를 가리켜 ‘서민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 도입 입법 맞불을 놓고 있다. 민주당이 앞서 김포의 서울 편입, 공매도 전면 금지 등 정책이슈 주도권을 여권에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은행의 초과이익 공유 이슈에서만큼은 뒤쳐지지 않고 국회 거대 의석을 활용해 주도권을 낚아채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의힘은 은행을 향한 정부의 ‘자발적 상생금융’ 유도에 보조를 맞추는 한편 횡재세 도입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고금리에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은행권으로부터 기금 등을 거둬 서민금융에 지원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횡재세 도입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 공동주관으로 ‘한국형 횡재세 도입’ 토론회를 열고 구체적인 입법 방향을 논의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토론회에서 “올해 초 온 국민이 난방비 부담에 허리가 휠 때 정유회사 등은 전년 대비 15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얻으며 3%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연말만 되면 성과급 잔치를 여는 은행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이미 한국형 횡재세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국민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의 최소한 사회적 비용, 고통 분담에 함께 해달라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법안 발의도 예고하고 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새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현실에 맞도록 소급적용·이중과세 논란이 될 소지를 피하고 서민 피해자 지원 등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한시적 또는 항구적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횡재세만큼은 민주당이 이슈를 끌고 가야한다”는 전략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법안의 당론 추진 여부도 열려 있다.
현재 국회에는 ▷세금 성격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의 법인세법 개정안 3건(양경숙·용혜인·이성만 의원 대표발의) ▷초과이익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서민금융법 개정안 2건(양정숙·민병덕 의원 대표발의)이 각각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다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횡재세 도입 대상은 은행권에 우선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 관계자는 “정유사는 시황에 따라 이익 변동폭이 크고 이미 입법 때를 놓쳐버린 측면도 있다”면서 “상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은행에 대해서 선(先)적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횡재세 도입에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정책위 부의장은 통화에서 “횡재세는 시장질서에 반하는 정책이고, 민주당식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법으로 강제해 돈을 뜯어내는 것은 잘못하면 경제 왜곡을 가져오고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경제 상황에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는 기업들에 횡재세를 거두겠단 것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는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며 이를 자연스레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강제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 보다는 자발적 사회공헌을 유도한다거나, 시장 경제질서에 반하지 않게끔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비판으로 은행권에서 자발적 기금 조성 움직임이 있다고 알고 있고,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진·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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