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불법 사금융의 행태와 관련해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카카오 택시의 콜 수수료, 은행의 대출 및 이자장사 등 독과점 행위를 공개 비판한 지 8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금융감독원에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열고 “전 세계적인 고금리, 그리고 담보와 신용 부족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불법 사금융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민생을 어지럽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민생 타운홀’에서 참석 시민이 카카오 택시 콜 수수료 책정과 은행의 대출 조건·이자장사 문제를 제기하자 카카오와 은행이 독점적인 지위를 부도덕하게 휘두르고 갑질을 한다고 비판하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세 모녀 사건을 접하고,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며 “고리사채와 불법 채권추심은, 정말 악독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생 약탈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고, 피해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팬카페·게임 커뮤니티 대리입금으로 소액을 빌려준 후 5000%대 고리를 뜯고 협박·폭행을 저지른 사례, 지인의 연락처를 담보로 100만원을 빌려주고 연 5200% 금리를 매기고 성 착취를 한 사례 등 최근 불법 사금융 사례를 언급한 후 “범죄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이런 것을 방치하고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 저는 작년부터 불법 사금융에 대한 강력한 처단과 제재를 관계기관에 지시했고, 지난주 인천에서 불법 사금융 업체 57개가 대거 적발됐다”고 언급했다.
불법사금융에 대한 엄단도 거듭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은 차명재산까지 모조리 추적하여 환수하고, 특히 국세청은 광범위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해주기 바란다”며 “환수된 범죄수익을 피해자들의 구제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함께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관계부처 장관, 불법사금융 피해자, 현장 관계자 등과 함께 최근 고금리 상황 편승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사금융 현황과 대응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불법사금융 실태 및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한 후, 불법사금융 피해자와 상담 인력이 자신들의 경험과 의견을 전달했다. 이어 불법사금융 근절과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불법사금융 피해자, 피해자 상담 인력 및 경찰청 수사관 등 현장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으며, 정부 및 당국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실장, 김창기 국세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세현 대검찰청 형사부장,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등이, 국회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대통령실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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