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오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라면 1973-74시즌을 잊지 못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마지막으로 강등당했던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986년 부임한 알렉슨 퍼거슨 전 감독 시대에 잉글랜드를 비롯한 주요 유럽 대회를 휩쓸며 잉글랜드와 유럽 축구계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잡았다.
2023-24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마지막 강등 시즌인 1973-74시즌을 소환하는 정도로 부진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에서 열린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4차전에서 코펜하겐(덴마크)에 3-4로 무릎을 꿇었다. 코펜하겐을 상대로 당한 패배는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는 물론이고 리그컵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고전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11경기에서 5번 졌고 EFL컵 4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패배로 탈락했다. 이날 코펜하겐전 패배는 조별리그 세 번째 패배이자 이번 시즌 공식전 9번째 패배. 축구 통계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시즌 개막 17경기 중 9패를 당한 것은 1973-74시즌 이후 처음이다.
이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라스무스 호일룬의 멀티골로 전반 28분 만에 2-0 리드를 잡았다. 공격진이 활발한 연계로 득점을 만들어 내면서 대승 기대감까지 돌았다.
그런데 전반 41분 변수가 생겼다. 마커스 래쉬포드가 레드카드로 퇴장당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수적 열세에 놓였다. 래쉬포드가 볼을 다투다가 상대 선수 발목을 밟은 것이 VAR 판독으로 드러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퇴장 이후 추가 시간에만 두 골을 내주면서 순식간에 리드를 빼앗겼다. 후반 23분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페널티킥으로 3-2를 만들어 10명으로 승점 3점을 얻어 내는 기적을 쓰는가 했는데 후반 37분 동점골에 이어 4분 뒤 역전골까지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후반 추가 시간 매과이어가 날린 오른발 강슛은 골포스트를 강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승점 3점에 머물러 A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코펜하겐과 승점 1점 차.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 갈라타사라이와 경기가 남아 있으며 게다가 갈라타사라이와 경기는 튀르키예 원정이다.
리그컵에서 조기에 탈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승점 18점으로 8위에 머룰러 있다. 애스턴빌라(5위), 뉴캐슬 유나이티드(6위),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7위)보다 낮은 순위. 선두 맨체스터시티와 승점 차이는 9점으로 벌어져 있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973-74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다는 목소리는 이미 있었다. 1973-74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으로 강등을 지켜봤던 윌리 모건은 “우리 때보다 더 좋지 않다”며 “우리는 비록 강등을 당했지만,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좋은 점이 있었다. 우리는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또한 결속력이 있었으며 동지애도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부상이 너무 많았고 운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팀은 그 때보다 더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선수 시절 아스날 소속으로 퍼거슨 감독이 이끌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 했던 에밀 헤스키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때 무적을 잃었다”며 “내가 (선수로) 뛰었을 때 그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를 이겼다. 다른 팀들은 이미 패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대 팀들은 올드 트래포드로 가서도 ‘우리가 이길 거야. 이렇게 준비할 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무적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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