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에서는 노동계 숙원사업이 이뤄진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재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며 참담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단독 의결했다. 17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법안을 통과시킨 셈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보다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21대 국회 들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재판을 계기로 발의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하는 등 표결에 불참했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도 준비했으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소추를 막기 위해 막판에 취소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무분별한 단체교섭과 잦은 쟁의행위 발생으로 산업현장에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근로자의 권리도 침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재계도 즉각 반발했다. 재계는 “야당이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산업현장의 무법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서에서 “개정안은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3법도 통과됐다. 방송3법은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변경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최종입법까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야 정국도 급속도로 냉각될 전망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협치 무드가 조성되는 분위기였으나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로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통과된 법안에 대해 별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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