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을 호소하는 친구를 대신해 짧은 거리를 무면허운전 했다가 적발된 임기제 공무원이 자신에게 내려진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2부(소병진 부장판사)는 인천 모 구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 A씨가 구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인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적발됐다. 3개월 뒤 구청 측은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했다.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징계처분에 불복해 인천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억울하다며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초등학교 동창생인 친구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던 중 친구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등 운전이 불가능했다”며 “친구를 조수석에 태우고 갓길로 약 5m 가량을 운전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행정소송에서 비위 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긴급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무면허 운전을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당시 무면허 운전은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부득이한 상황에서 무면허 운전을 했고, 거리도 5m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감봉은 재량권을 남용한 징계여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결국 행정소송이 진행되던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형사 사건 재판에서도 긴급피난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당시 B씨가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고 해도 경찰이나 주변 사람에게 ‘차량을 이동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소송 재판부는 “앞서 A씨의 무면허 운전에 따른 도로교통법위반 혐의 재판에서도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며 “당시 A씨의 친구가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그의 친구가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경찰이나 주위 사람에게 차량 이동을 부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과거부터) 무면허운전을 반복하고 있다”며 “비위행위의 정도가 절대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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