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3법 국회 본회의 통과
국민의힘, 탄핵안 무력화 전략 개시
野, 30일 재발의 및 재제출 추진할 듯
여야가 법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에 반대해 온 여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당초 예고했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전격 취소하면서 해당 법안들이 민주당의 예상보다 빠르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을 거부하면서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처리됐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책임까지 원청 기업에 떠넘기고, 불법파업 근로자에 대해서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방송 3법은 한국방송공사(KBS)·문화방송(MBC)·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각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당초 국민의힘은 야당의 4개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최소 5일간의 필리버스터를 계획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이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 발의해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상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본회의가 24시간 이상 지속돼 민주당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게 된다.
탄핵안은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할 수 있다.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될 수 있는데,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의 이러한 전략은 김기현 대표도 직전에서야 보고받을 만큼 은밀히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에 방통위원장 개인의 직무가 정지되는 것으로 결국 그 기관의 직무가 정지된다”라며 “행정안전부 장관은 차관이 있지만 방통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면 그 기관 업무가 마비된다. 방통위원장이 서너 명 있는것도 아니고, 다른 장관 탄핵과는 결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여당의 강수에 허를 찔린 모양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 의장을 찾아가 오는 10일 본회의 개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의사일정을 여야 합의에 따라 정해왔던 점을 들어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검사 2명의 탄핵안이 자동 폐기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자, 민주당은 이를 철회하고 오는 30일 다시 시도하는 ‘플랜B’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상 폐기는 부결로도 봐야한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일사부재의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탄핵안을 스스로 철회한 뒤 재발의한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어진 시간 동안 국회의장과 협의해서 본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설득이) 어려울 경우엔 (탄핵안을) 철회해서 이틀 연속 본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다시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에는 본회의가 23일과 30일, 내달에는 1일에 열릴 예정이다. 민주당이 탄핵안 재발의 및 재제출을 추진한다면 오는 30일 보고해 내달 1일 상정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폭거”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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