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9일(현지시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경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이 기대해온 금리 인상 종료 선언은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주가는 낙폭을 키웠고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 참석해 현재 통화정책이 물가안정 목표 2%를 달성하기에 “충분히 제약적인지 자신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면서 최근 2연속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Fed의 테이블 위에 인상 옵션이 놓여있음을 확인했다. 앞서 Fed는 이달 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기존 5.25~5.5%로 동결한 상태다.
파월 의장은 최근 확인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몇달간의 견조한 지표로 인해 오판할 위험”을 지적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5.3%에서 최근 3.7%까지 완화된 상태다. 하지만 그는 “물가안정 회복을 위한 싸움은 갈 길이 멀다”면서 “2% 목표 달성을 향한 지속적인 진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경계감을 표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더 강한 성장이 노동시장 수급 밸런스 회복, 인플레이션 하락의 추가 진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오판할 위험과 과도한 긴축 위험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FOMC는 12월12~13일에 열린다.
시장에서는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랠리를 이어온 S&P500지수는 파월 의장의 발언과 함께 낙폭을 확대했다. 반면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2bp이상 뛴 4.63%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UBS의 바실리 세레브리아코브 FX 전략가는 “파월 의장이 새로운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은 그의 말을 다소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스파트란 캐피털 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다시 매파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면서 “모든 발언을 합하면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종료를 기대하는) 시장에 너무 안주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날 파월 의장이 추가 인상에 대한 근거를 거의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만간 금리 인상 종료 선언이 나올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가 자칫 인플레이션 재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인상 카드’를 남겨둔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웰스파고 시큐리티스의 안젤로 마노라토스 전략가는 “Fed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면서 “이 시점에서 그의 발언은 본질적으로 금리 인상을 끝냈고, 내년 중반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우리의 견해를 바꾸지 못했다”고 짚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동결 가능성을 85%이상 반영 중이다. 전날 90%대에서 낮아진 수치다. 베이비스텝 전망은 14%선에 그쳤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 공개되기 전 9%선에서 높아졌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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