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할 수 있을까요?”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찾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인근 영등포보현희망지원센터. 한 노년의 노숙인이 사회복지사에게 입소가 가능한지 물어왔다. 입소를 원하는 노숙인 뒤로는 또 다른 노숙인 세 명이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센터는 서남권 7개 자치구에 있는 노숙인들을 상대로 1차 상담을 진행하고 복지서비스 제공 및 시설로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년 여성 노숙인은 “지난해에는 추위에 역 대합실에 가 있었다”며 “고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최근 초겨울 추위가 찾아오면서 센터를 찾는 노숙인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전했다. 24시간 상시 개방돼있는 센터에서는 응급 잠자리를 제공하는 응급구호방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박강수 희망지원팀장은 “지난달 평균 10명 정도가 구호방에서 취침했다면, 어제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16명이 잤다”며 “거리 노숙 비중이 낮은 여성 노숙인도 1명 자고 갔다”고 말했다.
센터 내부만 바빠진 게 아니다. 노숙인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 대상자를 발굴하는 ‘아웃리치’ 활동에 나가기 전 준비물을 챙기는 가방도 다른 보다 무거워졌다. 노숙인 지원 물품이 보관된 ‘희망옷방’에는 외투와 긴 소매 옷, 그리고 내복이 두 개 벽면을 가득 채웠다. 한쪽에는 침낭도 있었다. 김광민 사회복지사는 “단체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입소를 꺼리는 경우도 있어 저녁에는 침낭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팀장과 함께 아웃리치에 나선 김 사회복지사와 백경열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가방은 물과 내의로 가득했다.
약 40분간의 아웃리치를 하면서 사회복지사들이 건넨 질문에 노숙인들의 대답은 몇 마디 없었다. 박 팀장은 영등포공원에 홀로 앉아있는 중년 남성 노숙인에게 “목욕 한 번 하시고 옷도 갈아입으셔야 해요. 내복도 입으시고, 오늘 추우니까 센터에 꼭 오세요”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쪽방촌 일대에는 ‘찾아가는 이동목욕차’가 설치돼 있다. A씨는 “네”라고 짧게 답한 후 김 사회복지사가 가방에서 꺼낸 내복을 받아 들었다. 박 팀장은 “단답이라도 이분 같은 경우 상담이나 지원을 꺼리진 않아 괜찮은 경우”라며 “‘추우면 주무시고 가시라, 배고프면 먹을 것도 달라고 하시라’ 하는데도 다 싫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은 다가올 겨울 안전사고가 없기를 희망했다. 겨울에는 특히 개방된 장소를 유심히 돌아본다. 혹시 모를 추위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박 팀장은 “겨울에 추워서 죽는 동사 같은 건 정말 없어야 할 일”이라며 “노숙인뿐만 아니라 위기계층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안전한 곳으로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15일부터는 ‘특별보호대책’기간으로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동사 방지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심야 아웃리치도 진행한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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