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된 애플워치9을 2주간 써봤다. 운동, 수면 등 건강 관리 역할이 가장 두드러졌다. 새로 추가된 더블탭 기능은 “신기하다”는 말이 나오기에 충분했다. 스마트워치를 처음으로 사용해본 입장에서 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연락을 놓치지 않는 점이 좋았지만, 가끔 디지털과 멀어지고 싶은 ‘반감’이 들 때는 워치가 족쇄처럼 느껴졌다.
애플워치9은 건강 관리에 가장 유용하게 쓰였다. 생년월일과 성별, 신장, 체중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운동, 건강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하루에 몇 칼로리를 소모할지, 운동량 목표, 일어서기 목표 등이 매일매일 세팅되면서 내 건강을 관리해주는 비서 역할을 했다.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엿보였다. 휠체어를 타는 사용자의 경우 손으로 미는 동작을 측정해 얼마나 움직였는지 파악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이 움직이고, 얼마나 자주 일어서고, 오랫동안 운동하는지 세 개의 링으로 표시해준다. 목표량을 달성했을 때는 애플워치9이 칭찬을 해줬다. 아침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워치에서 진동이 느껴지자 봤더니 “운동하기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아침형 인간이신가 봐요”라는 문구가 떴다.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분명 50분을 산책했는데 30분 산책한 것으로 인식한 데엔 서운함이 밀려왔다.
평소 내가 잠을 푹 자고 있는지, 잠잘 때 몸 상태는 어떠한지도 워치가 알려줬다. 취침 준비 시간과 수면 목표를 설정하고 워치를 찬 상태로 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비수면, 렘(REM)수면, 코어수면, 깊은 수면 등 수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수면 중 1분당 호흡수가 측정되고, 심박수도 알 수 있다.
넘어짐, 충돌 감지 기능이 있어 비상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일 듯하다. 사용자가 세게 넘어지거나 심각한 자동차 충돌이 발생했을 때 애플워치가 긴급 서비스에 전화하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 ‘마음 챙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명상 등 정신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애플워치9의 가장 혁신적인 기능은 단연코 ‘더블탭’이다. 최근 워치OS 10.1 출시로 새로운 더블탭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워치를 착용한 손에서 검지와 엄지손가락 끝을 두 번 연속으로 ‘톡톡’하고 마주치면 다양한 동작을 실행시킬 수 있다. 위젯 넘기기부터 전화 받기, 통화 종료, 아이폰 사진 촬영, 음악 일시정지, 타이머 끄기 등도 더블탭으로 가능하다. 아이폰 설정으로 들어가 더블탭 활용 동작을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 입문자로서 주머니에 있는 폰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전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연락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편리했다. 폰을 들여다보기 힘든 업무를 한다거나 회의, 행사 중일 때도 외부 연락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폰을 무음으로 설정했을 때 전화 온 걸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많았는데, 애플워치를 차니 그럴 염려가 없었다.
하지만 라이브 재즈 공연을 보던 도중 워치에서 “소음 레벨이 90dB(데시벨)에 다다랐습니다. 약 30분 동안 이 레벨에 노출되면 일시적인 청각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라는 팝업이 뜰 때는 ‘날 그냥 내버려 둬’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노트북, 스마트폰, 블루투스 이어폰 등 충전이 필요한 기기가 안 그래도 많은데 애플워치까지 전용 충전기로 살뜰히 충전하며 생활하기엔 피로감이 있다.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하루 하고도 다음날 낮(36시간)까지 사용 가능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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