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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 해외여행 수요가 커지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 관광을 통해 국내에서 소비재를 대거 사들였던 중국 관광객이 자국 경기 침체를 우려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최근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자산의 60%를 부동산으로 소유한 중국 가계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소득 불안으로 지출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다.
또 관광 문화가 바뀐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기간 중 국내 관광·숙박업이 부진을 겪으며 대규모 고객을 수용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점, 중국 사람들이 단체 관광보다는 개별 자유 여행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강 치맥’과 같은 서비스를 소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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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기준 여행수지는 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9월(-9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돌아왔다.
통상 여행수지는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보다 해외로 나가는 국민이 더 많아 적자 추세를 보인다. 특이한 점은 방한 관광객도 2019년의 75%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방한객은 110만명으로 월별로 가장 높은 회복률을 보였다. 2019년 9월과 비교하면 75.2% 늘어난 수준이다.
여행 수입과 여행 지급 규모 또한 각각 12억9000만달러, 22억6000만달러로 4년 전(16억3000만달러, 25억5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관광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26만4000명으로, 2019년 9월(54만1000명)의 48.8% 수준에 그쳤다.
전체 관광객과 여행수입이 늘어나는 동안 중국 관광객의 증가세는 더딘 것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전날 국제수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관광객이)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한·중간 항공·여객 편수가 줄어들고, 단체관광 수용 기반 여건이 취약해져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 때문”이라며 “기존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그전에는 ‘따이공’이라는 보따리상 비중이 컸는데, 쌍커라고 불리는 개별 관광객 위주로 중국의 해외여행 패턴이 바뀐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도 여행객 회복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공사(KOTRA)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소비자들은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맥킨지(McKinsey)컨설팅이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도시 가구의 58%가 ‘비상 상황에 대비해 돈을 저축’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조사 결과보다 9포인트 높으며,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저축률 통계도 상승했다. 지난해 9월까지 중국 가계 저축액은 총 14조 위안 증가했으며 가계 저축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저축 증가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며, 소비 감소 추세는 충동 구매 감소, 합리적 소비 증가 추세란 설명이다.
중국의 ‘국산 선호’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지멍(知萌)컨설팅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소비자의 79.9%가 중국 국산 브랜드에 대한 구매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의 73.3%보다 높은 수치다.
실제 중국 도시 거주자의 부동산 부채는 가계소득의 137.9%로, 90%가량인 미국이나 약 130%인 영국·프랑스·독일보다 훨씬 크다. 중국의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가 높아 도시 가계는 소득의 15%를 이자 납입에 쓰는 상황도 있다. 미국에선 7.8%, 유럽의 경우 보통 8∼9%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앞으로 전망도 좋지 않다. IMF는 10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WEO) 업데이트를 통해 중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이 5%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추정치 5.2%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중국의 내년 성장 전망치도 4.2%로 내다보면서 지난 7월 전망 때보다 0.3%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국내 여행수입을 늘려왔던 중국인 관광객 추이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경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기가 이렇게 낮아지고 내수가 좋지 않았던 적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어느 정도 중국인 관광객 규모는 유지되겠지만, 대외적으로 한중관계가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중국 내부 경제가 호전되지 않아 외국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은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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