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북부에서 민간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매일 4시간씩 교전을 중지하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시 교전중지에 들어갈 뿐, 인질 석방 이전에 휴전협상은 없다고 못박아 실효성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교전은 한달을 넘긴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는 1만명을 넘어 계속 불어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간인들이 전투 지역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싶고 그렇게 하고 있다”며 앞서 미국 정부가 제안한 매일 4시간씩 교전을 중지하는 제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로부터 (교전)중지 동안, 이 지역에 군사작전이 없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4시간 교전 중지는 이날부터 시행되며 이스라엘이 매일 교전 중지 3시간 전에 이를 시행하는 시간을 발표하게 된다” 밝힌 바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장기적인 휴전을 위한 협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질들이 석방될 때까지 이스라엘은 장기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따라 가자지구 북부 민간인들의 대피로 인근 이외 하마스와 교전지역에서 전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일단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일시 전투중단을 환영하면서도 이스라엘에 3일 이상의 교전 중지 요청을 계속 보낸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3일간 교전중지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사흘보다 더 긴 중지를 요청해왔다”고 답했다. 이어 그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좌절감을 느끼느냐는 후속 질문에 “내가 희망한 것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가자지구의 누적 사망자는 1만명을 넘어서며 민간인 피해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미 정계에서는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는 전날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가자지구 사망자수가 현재 인용되고 있는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며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자 통계 집계시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짓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어 민간인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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