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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내산 김치라더니…’60년 전통 맛집’도 버젓히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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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으로 표기’해 소비자 우롱…점검에 “너무한다”며 역정

농관원 “원산지 거짓 표시 형사입건 대상”

원산지 표시 점검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
원산지 표시 점검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

[촬영: 임채두 기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오늘 하루 5만∼6만원어치 팔았는데,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지난 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음식점.

’60년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다’는 문구가 눈길을 끄는 이 음식점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왔다.

김치를 보관하던 플라스틱 통은 부서지고 식기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80대 업주 A씨는 눈에 힘을 잔뜩 주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 전북지원 직원들에게 삿대질해댔다.

‘원산지 표시 점검’에 적발되자 밑도 끝도 없이 역정을 낸 것이다.

A씨는 당초 농관원 직원들이 배추김치의 원산지를 묻자 “국내산”이라고 잡아뗐다.

그러나 범상치 않은 고춧가루의 입자를 의심한 그들의 눈은 피하지는 못했다.

중국산 고춧가루는 입자가 작지만, 국내산은 보다 크고 두껍다.

양념을 입힌 중국산 배추는 먹음직스러운 선홍빛을 띠고 푸른 잎이 없으나 국내산은 색이 짙고 푸른 잎도 달려 있다.

적발된 중국산 김치
적발된 중국산 김치

[촬영: 임채두 기자]

A씨는 농관원 직원들이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원산지:중국’이라고 적힌 김치 용기를 꺼내오니 그제야 잘못을 시인했다.

음식점 내부에 흩어져 ‘수색’을 하던 농관원 직원들은 중국산 김치를 추가로 발견했다.

음식점 벽면에 ‘배추(국산) 고춧가루(국산)’라고 써 붙여 놓은 원산지 표기가 무색했다.

농관원 직원들의 추궁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A씨는 “시정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원산지 거짓 표시는 형사입건 대상이다.

전주시 덕진구의 또 다른 음식점.

불시에 들이닥친 농관원 직원들은 2개의 스테인리스 통에 나눠 담긴 김치를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하나는 중국산과 다른 하나는 국내산이었다.

두 종류를 다른 통에 나눠 나란히 놓으니 차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음식점 벽면에 적힌 김치의 원산지 표기는 ‘국내산’이었다.

업주 B씨는 “국내산은 구이용, 중국산은 밑반찬용”이라고 했다.

원산지 표기에 없는 중국산 김치 사용은 명백한 원산지 거짓 표시 행위다.

이 음식점의 테이블 절반가량을 채운 손님들은 잘못 적힌 원산지 표기 아래 김치로 젓가락을 옮기고 있다.

잘못된 원산지 표기
잘못된 원산지 표기

[촬영: 임채두 기자]

B씨는 “국내산을 쓰는 데 뭐가 잘못이냐”고 불만을 늘어놓다가 “5년 전쯤 음식점 개업할 때 원산지 표기를 붙여놨는데 수정을 못 했다”고 변명했다.

농관원 직원들은 B씨에게 적발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이날 해가 중천일 때 시작한 원산지 표시 점검은 주변이 어둑해져서야 겨우 끝이 났다.

농관원은 김장철을 맞아 지난 6일부터 배추김치, 절임 배추, 고춧가루, 마늘, 생강, 양파 등을 점검했다.

모두 김장철에 수요가 늘어나는 식자재다.

점검은 ‘수입농산물 등 유통 이력 관리시스템’으로 이런 식자재의 유통 경로를 파악한 뒤 현행법 위반 의심 사업장을 불시에 방문하는 방식으로, 오는 12월 8일까지 이어진다.

점검 결과에 따라 원산지 거짓 표시 업체는 형사입건해 조사하고 원산지 미표시 업체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김민욱 농관원 전북지원장은 “최근 배추와 고춧가루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식품의 부정 유통이 느는 추세”라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원산지 표시 관리를 지속해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산지 표시 점검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
원산지 표시 점검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

[촬영: 임채두 기자]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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