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가 직전분기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딛고 3분기 영업 이익이 4조원 이상 늘어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정유 4사, 한분기만에 영업익 4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9969억원으로 나타났다. 총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 분기에 비해서는 영업이익이 4조원 가량 상승했고 지난해 3분기(1조3521억원)와 비교해서는 이익이 두 배 이상(121.6%) 증가했다.각 회사의 정유부문 이익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은 1조1125억원, GS칼텍스 9562억원, 에쓰오일 6662억원, HD현대오일뱅크 26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정기 보수를 진행한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증가폭이 다소 줄었다.
정유업계가 1분기 만에 냉·온탕을 오간 이유는 정제마진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에서 원가를 뺀 금액이다.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 중 하나다. 통상 정제마진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국제 정제마진이 올해 2분기(4~6월)에는 2~5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밑돌았지만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3분기 평균 9.5달러 수준을 보였다.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의 원유 생산이 감소되면서 공급 상황이 여의치않고 등유와 경유의 수요가 개선된 것이 정제마진에 영향을 준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의 감산 등의 영향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상승했다.지난 8일 실적을 발표한 GS칼텍스는 “타이트한 공급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인해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며 “휘발유 블렌딩 수요 지속으로 전분기 대비 석유화학 부문 이익이 개선된 반면 계절적 비수기 및 유가 강세로 인해 윤활유 부문 이익은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엇갈리는 4분기 전망…정제마진은 떨어져
정유업계에선 4분기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겨울에 돌입하면서 난방유 수요가 증가하는 등 정유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OPEC+가 감산을 이어가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석유사업의 4분기 전망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고금리 기조 지속 및 수요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절기 비축 수요 증가, 중국 수요 회복 추세에 따른 수급 불균형 확대로 강세 시황이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쓰오일 또한 정유부문의 4분기 시장 전망와 관련해 정제마진의 강세, 동절기 난방유 수요 증가 등에 따른 등유 및 항공유 스프레드 개선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는 3분기보다 유가 및 환율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3분기에는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이 60% 수준이었지만 4분기에는 80~90% 수준으로 고도화 공정을 최대로 돌리는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원유 수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스라엘이 근처 지역이 아닌 페르시아만 연안의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에서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는 타이트한 공급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며 “정제마진도 낮은 재고 속 겨울철 등·경유 수요 및 항공유 호조세로 상방 압력이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제 유가와 정제 마진이 하락하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 자체가 기대감이 낮고 석유 수요 등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아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4사의 이번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정제마진도 지난 3분기 최대 15달러, 평균 1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흐름도 4분기에 들어서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평균 3.9달러 수준을 보였다. 정제마진이 꺾인 직접적 원인은 글로벌 수요 둔화 때문이다.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정제마진도 많이 남겼지만 가격 급등에 따라 글로벌 수요도 급격히 준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6일 수출 금지령을 철회하며 러시아산 경유가 시장에 대규모로 풀리고 있다. 그동안 휘발유보다 정제마진이 높던 경유의 마진이 악화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