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강행하려 하는 것에 대해 “민주주의 제도를 부인하는 신종테러”라고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전날 여당의 필리버스터 취소로 제동이 걸린 탄핵안을 이달 말 재추진할 방침이다.
이동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탄핵 사태에 대해 한 말씀을 보탠다”며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서 민주주의 제도를 부인하거나 무력화하는 것, 최근 정치학자들은 그런 것을 바로 신종테러라고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도 거론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극단적 주장에 일부 대중이 열광하며 동조한 현상을 뜻한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겨냥해 “과거의 테러가 폭력을 동원한 것이라면, 이것이 바로 트럼피즘”이라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제일 걱정했던 것이 다수의 폭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여당 의원 질의를 활용해서도 민주당에 대해 거듭 날을 세웠다. 그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가짜뉴스 심의 강화’ 기조에 대해 묻자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가짜뉴스를 방치했다면, 탄핵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단속하겠다는 것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무슨 영문인지, 무슨 곡절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 위원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본회의가 시작된 뒤 국민의힘에서 필리버스터를 전격 취소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를 다시 열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김 의장은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민주당은 이날 오전 탄핵소추안을 일단 철회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이동관 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모이는 모습으로 방송 장악에 대한 강한 욕구와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국회 사무처를 압박하지 말라. 압박으로 해석을 바꾸려는 시도는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안건 폐기를 ‘부결’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민주당은 폐기 시한에 해당하는 ’72시간 전’에 자진 철회하면서 일사부재의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피했다. 국회 측도 이번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사항으로 올라왔을 뿐 의제로 상정하는 행위가 없었다는 점에서 (폐기가 아닌) 철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탄핵안을 재발의해 본회의에 다시 보고할 방침이다. 다음날인 12월1일 본회의가 예정된 만큼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72시간 이내’ 규정을 충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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