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 정상 간 첫 대면 회담이 내달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EU의 통상 분야 사령탑이 중국과의 신뢰 재구축을 언급하며 무역적자 해소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10일 차이신에 따르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신 서밋’ 영상 축사에서 “현재 EU와 중국의 관계는 몇몇 시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은 현재 교차로에 서 있다”며 “양측은 호혜의 도로를 선택해 함께 이 시대의 거대한 도전에 대응할 수도 있고, 서로 차츰 소원해지는 길을 고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길(소원해지는 길)은 과거 수십 년간 중국과 유럽이 함께 누린 이익을 퇴색시키거나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선택을 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지정학적 구도가 날로 긴장되는 때에 상호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만 대화와 소통만으로는 부족하고, 신뢰의 재구축과 실질적 성과 도출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EU가 중국에 개선을 요구해온 무역 적자 문제를 집중 겨냥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집행위원장은 “경제·무역 영역을 예로 들면 EU와 중국 간의 방대한 무역액은 이 양자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무역 관계가 되게 했지만, EU 입장에서 이 관계는 여전히 불균형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EU-중국 경제·무역 관계의 균형을 맞추고 EU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은 양자 관계의 미래 발전에 필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한 돔브로우스키스 부집행위원장은 당시 허리펑 부총리 등 중국 고위급과 만나 경제·무역 영역에 관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이제는 성과를 낼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 당국자들이 현재 ‘EU-중국 금융 워킹그룹’ 설립과 관련한 조항 제정 작업을 하고 있고, 지난달 말에는 각자의 수출 통제 제도에 대해 처음으로 기술 층위의 의견 교환을 했다고 소개하면서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이어진 양측 교류에 대해 “고위급 대화는 아주 좋은 한 발을 내디뎠지만, 앞으로 완수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EU-중국 관계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결과로써 측정될 것”이라며 “올해 말 열릴 EU-중국 정상회담 또한 관련 성과를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EU와 중국이 내달 7∼8일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지도부가 각기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동한 적은 있으나, 두 사람이 모두 참석한 정식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EU 현 집행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정상회담에서 EU 측은 중국에 디리스킹(위험제거) 정책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불공정한 시장 관행’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개시된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 문제 등을 거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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