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 역대급 순이익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올해 3분기부터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회계기준에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막기 위해 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3분기부터 적용되면서 거품이 걷히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주부터 주요 손보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된다. 13일에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14일에는 현대해상이 3분기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상반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이 손보사들이 새 회계기준 IFRS17를 도입하면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과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등을 느슨하게 가정하며 실적을 부풀렸다고 판단, 보다 엄격한 적용 지침을 만들고 3분기 실적부터 반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5조3281억원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역대급 실적이었다.
시장에서도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줄줄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화재의 순이익 시장전망치(컨센서스)는 5519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15.1%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도 8.1% 줄어든 22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부터 분기 실적 기록을 연이어 경신했던 DB손해보험도 올해 3분기에는 전분기보다 26.3% 감소한 352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됐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KB손해보험의 경우 3분기 순이익이 1551억원으로 전분기 2714억원보다 1163억원(-42.9%) 급감했다.
채권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면서 투자부문 순이익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대체로 보험 영업 업황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만년 적자로 ‘아픈 손가락’ 취급을 받았던 자동차보험마저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흑자를 이어갈 정도다. 결국 금감원의 엄격한 지침이 반영되면서 그동안의 ‘실적 거품’이 걷힌 셈이다.
당장 보이는 성적표는 부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업계 전체에 드리운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승권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IFRS17 도입이 시작된 이후 소급법-전진법 적용 논란, 계리적 가정 차이 등으로 불확실성이 가득했다”라며 “이번 실적 조정으로 재무제표 측면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돼 향후 이익 변동성이 줄어드는 한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성장하면서 내년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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