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따로 할 게 없으니, 한 번 서로 협업해 하나로 가보자 하는 취지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비공개 만남에 대해 이같이 의미부여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의 오찬 후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바가 똑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두 사람의 뜻이 잘 맞는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로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찬의 성사 배경과 관련해 “내가 두 사람을 다 잘 아는데 두 사람이 서로 만나보고 싶다 해서 자리만 만들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공개 회동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결론이 나야 공개하고 하는 것이지, 미리부터 공개할 게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내가 보기에 둘을 함께 한다고 느끼고를 떠나서,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다”며 “그 사람들이 다 합리적인 사람들”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다만 김 전 위원장 본인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자기네들이 서로 의견이 부합하면 같이 하고 하는 것”이라며 “굳이 지금 내가 그런 거(합류)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기존 양당제의 한계 속에서 제3세력이 힘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사실은 지금 두 큰 정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고, 능력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정치를 그냥 자기 멋대로 판단해, ‘이렇게 하면 혹시라도 지지도가 올라갈까’, ‘이렇게 하면 혹시라도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식의 운영만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혁신위에서 나오는 안을 봤을 때 과연 현실적으로 맞는 얘기인지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민이 얼마만큼 관심이 있냐? 내가 보기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김포의 서울 편입을 골자로 하는 메가서울 주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김포를 서울에 합병해야 된다, 뭐라 얘기하지만 그건 국민의 일상생활과 아무 관계도 없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이준석 신당 등에 민주당의 혁신계 또는 비명(비이재명)계와의 결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김 전 위원장은 “비명계는 자기네들의 필요에 따라 어디로 가든지 가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있으면 공천이 어려울 것 같으니까,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무슨 어떻게 해야겠다고 하는 것인데, 그 사람들이 공천이 보장된다면 비명계든 민주당이든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준비와 정당 기호 등의 고려 때문에 현역 의원의 참여를 전제로 했던 정치권의 상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에 제3 정당들이 실패한 원인은 뭐냐 하면 공천에서 떨어지는 사람들끼리 모여 당을 만드니 잘 될 수가 없다”며 “잘 되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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