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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사람은 매일 ‘꿈을 꾼다’…기억 하는 날과 아닌 날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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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 장혜인 옮김 | 추수밭 | 368쪽 | 2만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흔히 꿈을 꾸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99.5%의 사람은 매일 꿈을 꾼다고 말한다. 자면서 꾼 꿈을 기억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잠과 꿈에 관한 연구를 포괄하며 꿈은 무엇이며, 왜 꾸는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축적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해석한다.

1900년 저서 ‘꿈의 기원’을 통해 꿈을 ‘소망의 충족’ ‘잠의 수호자’라 칭하며, 꿈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다. ‘꿈의 기원’이 꿈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프로이트가 “(이전에 연구된) 꿈 이론과 연구를 경멸하고 선택적으로 설명한 탓”에 이후 그가 주장한 꿈 기능이 뒷받침 증거가 없다는 쪽으로 학계 의견이 수렴됐고, 이후 과학적 꿈 연구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프로이트 반박 주장으로 억압된 유아기의 소망을 꿈의 원천으로 간주한 프로이트의 초점이 지나치게 제한됐다는 점, 꿈이 잠을 보호한다는 주장은 악몽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다만 그렇다고 꿈이 지닌 의미, 깨어 있는 동안의 근심을 반영한다는 사실, 임상적으로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개념 자체를 부인하진 않는다. 이 책은 기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꿈 연구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저자는 1951년 12월 기존의 꿈 관념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았다고 주장한다. 잠을 연구하던 유진 애서린스키가 이른바 ‘렘수면’의 단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면 중 활발한 안구 움직임이 관찰되는, 다시 말해 얕은 잠을 자는 상태가 밤새 90분마다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진행된 실험을 토대로 저자는 사람은 대체로 자는 동안 줄곧 꿈을 꾸지만 렘수면 상태에서 깨어나면 80%의 확률로 꿈 내용을 기억하고, 비렘수면의 경우 7%만이 내용을 기억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꿈은 왜 꾸는 것일까. 이에 관해 저자는 여러 가설을 훑으며 가능성을 더듬는다. 다만 과학계는 아직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꿈의 기능에 관해서는 미약하나마 효능의 흔적을 찾아냈다. 꿈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것인데, 저자가 소개한 미로 실험에 따르면 미로에 관한 꿈을 꾸기 전과 후의 기록이 10배가량 차이 났다. 미로와 관련 없는 꿈의 격차는 더 작았다.

악몽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언급한다. 저자는 악몽을 ‘잠을 깨울 정도의 불안한 꿈’으로 정의하면서 “단편적인 이미지 외에는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추락이나 마비를 겪는 악몽은 ‘반응 소실증’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응 소실증은 수면의 경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불쾌한 경험이나 행동의 한 종류다. 입면기 경련(잠에 빠질 때 갑작스럽게 꿈틀거리거나 떨어지는 느낌)이나 아침에 깰 때 흔히 일어나는 수면 마비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자각몽에 관해서는 ‘내가 꿈을 꾸고 있나’라고 자문하는 연습만으로 어느 정도 경험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구 절반 정도가 자각몽을 꾼 경험이 있고, 20~25%는 한 달에 한 번가량 자각몽을 꾼다며, 놀랍거나 기이한 일이 일어날 때는 ‘내가 꿈을 꾸고 있나’라고 자문하는 습관이 자각몽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오늘 밤에 자각몽을 꿀거야’라는 자기암시와 꿈속에서 자각하는 모습을 시각화하는 자세가 자각몽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다만 자각몽과 꿈의 통제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두 경험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꿈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각몽자는 꿈에서 행동을 의식적으로 지시할 수 있지만, 대부분 기껏해야 꿈이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꿈에 관한 연구로 위와 같은 내용이 밝혀졌지만 사실 밝혀져야 할 내용들이 더 많다. 렘수면의 발견이 꿈 연구에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저자 역시 ‘렘수면=꿈’이란 낙관적 공식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이 기대했던 조현병이나 정신이상 같은 정신질환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암울한 것은 아니다. 꿈이 학습과 기억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악몽과 관련한 고통에 관한 대중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저자는 꿈을 연구하는 의사, 철학자, 실험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 수가 사상 최고라며 인간의 뇌가 왜 꿈을 꾸어야 하는지 밝혀주길 원한다고 당부했다.

꿈에 관해 궁금한 내용을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다만 아직 과학으로 증명된 사례가 많지 않아, 책에 언급된 질문의 답 상당수가 미완으로 남아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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