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이 투자 시장 혹한기와 회사 ‘위기설’을 딛고 100억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한때 일각에서는 ‘정말 망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자금을 확보하며 한숨 돌린 모습입니다. 투자 유치의 비결이 무엇인지 한경 긱스(Geeks)가 짚어봤습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이 ‘위기설’을 딛고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구독 방식으로의 사업모델 전환과 글로벌 확장, 인수 전략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클래스101은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9일 발표했다. 토스·당근 등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투자한 굿워터캐피털을 비롯해 메이븐그로쓰파트너스, 산업은행,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클래스101은 취미부터 창업·부업, 커리어, 어학, 재테크 등 5300여 개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온라인으로 취미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커지자 회사도 함께 급성장했다. 온라인 교육업계의 ‘넷플릭스’라는 별칭도 얻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이미 회원 수 300만명, 누적 방문자 수 35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가수 박재범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배우지 마, 101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회사의 성장세에 투자자들도 응답했다. 회사는 서비스 출시 초기인 2018년 네이버 계열 VC 스프링캠프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12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2021년엔 시리즈B 라운드에서 300억원을 끌어모았다.
위기가 감지된 건 엔데믹으로 접어들던 지난해부터다. 온라인 교육 시장에 대한 관심이 잦아들면서 이 시장의 성장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그 사이 매출은 올랐지만 수익성은 꾸준히 악화됐다. 입점한 크리에이터에 나가는 수수료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이 발목을 잡았다. 2020년 매출 546억원, 영업손실 16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엔 매출 866억원, 영업손실 170억원이었다. 지난해엔 영업손실 290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입주해 있는 위워크 임대료도 내지 못해 내용증명을 받기도 했다.
회사는 악화된 수익성을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사업모델(BM)을 바꿨다. 기존 ‘개별 구매’ 방식에서 구독 모델로 전환했다. 연간 구독 모델을 통해 월 1만원대로 모든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인이 결제한 구독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그룹 플랜’ 서비스도 도입했다. 온라인 클래스 시장은 포화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타 플랫폼에 비해 클래스 종류가 5000개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구독경제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회사 입장에선 유료 구독자 확보만 전제되면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개별 구매보다 비용 부담을 덜고, 콘텐츠 선택의 폭을 확장할 수 있어 경쟁력을 더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올 초 50여 명가량에 권고사직을 통보했고, 지난 7월엔 100여 명에 희망퇴직을 받았다. 350명에 달하던 임직원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노력 덕에 올 들어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지난 9월엔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유료 구독자 수도 15만명 이상 확보했다. 4분기엔 흑자전환이 목표다. 오진석 굿워터캐피탈 파트너는 “최근 구독 서비스 전환을 통해 이미 큰 성과를 보였다”며 “시장에서 압도적인 리더로 등장하는 모습과 지속적으로 제품의 발전을 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실을 잡는 동시에 사업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먼저 타 플랫폼 인수를 통해 덩치를 불렸다. 회사는 지난 1월 숨고의 온라인 클래스 사업부문이었던 숨고 클래스를 인수했다. 드로잉, 공예 등으로 구성돼 있던 숨고 클래스의 160여 개 콘텐츠를 클래스101에 입점시켰다. 그런가 하면 지난 2월엔 에듀테크 회사 그로우코퍼레이션의 ‘그로우’를 사들였다. 그로우는 취업, 재테크 분야 클래스에 강점을 갖고 있었는데, 클래스101에 단독으로 입점하게 됐다.
인수가 아니더라도 제휴 등의 전략을 통해 콘텐츠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올 들어서만 ‘아기상어’를 만든 더핑크퐁컴퍼니, 구독자 190만명을 보유한 인문학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스튜디오, 언론사 코리아헤럴드 등과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확장했다.
글로벌 무대 확장에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 한국·미국·일본 구독 서비스를 통합했다. 그동안 국가별로 선보였던 구독 서비스 ‘클래스101+’를 통합해 출시했다. 구독자들은 전 세계 약 13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자동 번역 기능을 도입해 이용자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자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통합 서비스 전환 뒤 6개월 만에 일본은 292%, 미국은 255% 수준으로 유료 구독자가 늘었다. 월간 거래액도 6개월간 일본 279%, 미국 215% 증가했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이런 노력이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것이라 보고 있다. 최지현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는 “한미일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운영하며 모든 이용자가 해외 크리에이터의 수준 높은 강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했다고 봤다”며 “구독 모델 전환 이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어 향후 국내 대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으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구독 모델로의 전환이 비용 효율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개별 구매 모델에서는 건당 발생하는 매출은 높았지만, 그에 뒤따르는 비용 지출이 컸다. 구독 모델이 이런 문제점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혜 미래에셋캐피탈 팀장은 “구독 모델로 바꾸면서 건당 결제액은 낮아졌지만, 그만큼 비용 효율성이 개선됐다”며 “지난해 9월 구독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올해 9월, 구독을 갱신하는 시점에서 재결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와 향후 실적 개선이 더욱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클래스101은 창업 초기부터 자기계발에 힘쓰는 개인과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개척해 낸 플랫폼”이라고 덧붙였다.
클래스101 측은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특징을 파악해 발빠르게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으며, 전문적인 콘텐츠 플랫폼들과 제휴 및 인수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했다”며 “한미일 통합 구독 플랫폼을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가는 등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덕분에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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